작년 석탄 소비 '역대 최대'...온난화 부채질
전세계가 이례적인 폭염과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정전에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브라질과 방글라데시 등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폭우로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올 3월 남극의 일부지역은 평년보다 40도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북극의 기온도 평년보다 30도 높았다. 우리나라도 예년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강수량으로 전국적으로 봄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전세계 정상들은 지구의 상승온도를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지구온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지구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1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0년보다 60% 증가한 363억톤(t)이 배출된 탓이다.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이 가운데 석탄발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증가율이 무려 40%를 차지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막히면서 유럽의 화석연료 사용은 더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소 2024년까지 석탄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중국과 인도의 거부로 석탄중단 합의는 불발됐다. 이후 코로나19 회복이 빨라지면서 석탄발전은 더 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일부 국가는 석탄으로 회귀하기도 했다. 문을 닫아야 하는 화석연료 기업들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기후마지노선인 1.5℃까지 불과 0.39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더 지독하고 빈번하게 기후재앙이 닥친다는 것이다.
◇ 동남아와 브라질 일주일째 '물폭탄'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대기중 물의 양은 약 7% 증가하고 이로 인해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브라질,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에서 전례없는 폭우가 쏟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역대급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고, 그로 인해 지구는 더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은 몇 개월째 폭우와 마주하고 있다. 브라질 북동부 5개 주는 폭우 피해가 계속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페르남부쿠주 정부는 항구도시 헤시피(Recife) 일대에서 지난주 초부터 시작된 폭우로 5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폭우로 곳곳에서 산사태와 집이 붕괴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4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1986년 이후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29일(현지시간) 하노이 도심의 기상관측소가 밝혔다. 오후 2시~4시까지 하노이에서 138mm의 비가 내려 36년만에 기존 최대 강우량 132.55mm를 넘어섰다.
브라질 반대편에 있는 인도 동북부와 방글라데시도 일주일 넘게 이어진 폭우로 72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동북부는 20년만에 최악의 홍수로 100개 이상의 마을이 물에 잠겼다. 마을의 도로와 철도도 물에 잠겼고, 산사태도 이어졌다. 인도 당국은 인도 아삼주에서만 14일 이후 18명이 사망하고 3200여개 마을에서 85만여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 50℃ 넘나드는 살인적 폭염
폭염도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캐나다 서부에서는 50℃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발생했다. 전례없는 폭염으로 캐나다에서만 폭염으로 돌연사한 사람이 500명이 넘었다.
파키스탄과 인도 서북부 지역은 올 3월부터 석달째 살인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122년 관측 사상 최악의 무더위다. 매트오피스는 폭염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꼽았다. 폭염으로 작물생산량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유엔은 이른 폭염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망고 생산량이 예년보다 50~7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나라의 망고 생산량은 전세계 망고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폭염으로 전력 소비가 늘면서 전력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득이나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인데 폭염까지 겹쳐 올여름 전세계는 수십년만에 최악의 전력난을 겪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5월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어서는 등 연일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 오기도 전에 낮기온이 30℃를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북 경산의 경우는 지난 24일 낮 최고기온이 35.1℃까지 치솟았다. 올들어 전국 최고기온이다. 강릉과 정선, 영월 등 강원지역 곳곳에서도 낮 최고기온 33.3℃, 32.6℃, 32.1℃를 기록했다.
◇ 비오지 않는 봄···가뭄 피해 커진다
가뭄은 물에 서식하는 생태계를 위협한다. 올 2월 브라질 남부 리오그란데두술주(Rio Grande de Sul)에 위치한 '라고아 두 파이스'(Lagoa do Peixe) 국립공원 내에 있는 호수에서 20톤의 물고기가 극심한 가뭄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올 3월에는 기후변화로 칠레 안데스산맥에 서식하는 홍학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이 잦아지면서 영국의 자선 단체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는 '초토화 - 가뭄이 세계 10개 도시에 미치는 영향' 5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물 부족 위험에 놓여있는 도시 10곳으로 △영국 런던 △짐바브웨 하라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미국 피닉스 △인도 뉴델리 △브라질 상파울루 △중국 베이징 △아프가니스탄 카불 △호주 시드니 △이집트 카이로를 선정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도시들이 물 고갈 사태에 처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5월 강수량의 예년의 40분의1로 감소하는 등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같은 가뭄현상은 지구온도가 상승할수록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계속되는 가뭄은 결국 농산물 작황에도 악영향을 미쳐 국내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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