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00만톤 발생...해양 미세플라스틱 28%
사용되는 유독물질에 대한 투명성 및 대안 촉구
연간 600만톤이 발생하는 타이어 분진이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도로에서 발생해 바다로 흘러들어간 타이어 분진은 연어를 대량 폐사시키는 등 해양생물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어 분진이 과연 해양생물에만 위협적일까. 공기중 뒤섞여있는 타이어분진의 미세입자는 결국 사람의 폐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타이어업계가 화학물질의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타이어 분진은 합성고무, 필러, 연화제, 도로입자 등 타이어 파편의 혼합물이다. 주로 자동차를 가속하거나 제동할 때 타이어 분진이 발생한다. 타이어는 수명기간 동안 평균 4kg 마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 마모로 배출된 분진은 비나 바람에 의해 도로에 흩어져 있다가 빗물 배수구나 하수도를 통해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대기권은 물론이고, 심해 그리고 남극과 북극에서도 타이어분진이 검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타이어 분진 입자는 23나노미터(0.02미크론)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1차 해양 미세플라스틱 발생원 가운데 타이어 분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28%나 된다. 합성섬유(35%)에 이어 두번째로 큰 비중이다. 2019년 유럽에서도 타이어 마모가 미세플라스틱의 최대 원인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당시 전문가들은 타이어 분진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으면 "생태학적 위험이 100년 안에 널리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 분진의 배출추세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몽땅 전환돼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타이어 분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이어 마모는 차량의 무게와 토크(자동차엔진의 회전력)와도 관련이 있다. 영국대기질협회(The UK’s air quality group)는 "전기차로 전환돼도 타이어에서 나오는 분진이 공기와 강, 바다를 계속해서 오염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은연어 집단폐사 원인 '타이어 분진'
2020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에서는 연어의 대량 폐사원인이 '타이어 분진'으로 밝혀졌다. 제니퍼 맥인타이어(Jenifer McIntyre) 워싱턴주립대 수생독성학 조교수는 수십년간 지속된 미국 워싱턴주 퓨젯사운드(Puget Sound)의 은연어 대량 폐사 원인이 타이어분진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인근 도로에서 채취한 실제 유출수에 연어를 노출시키자 해당 연어는 몇 시간 안에 죽었다. 이후 타이어 파편을 잘게 갈아 물에 담그자 실험한 모든 물고기들이 폐사했다. 집단폐사 원인은 '6PPD-퀴논'으로, 타이어 부식을 막기 위해 첨가되는 방부제 '6PPD'에서 나오는 독성화학물질이었다.
이 연구의 후속으로 맥인타이어 교수 연구팀은 올 1월 '6PPD-퀴논'이 은연어에게 미치는 독성이 '기존예상치보다 더 강하며 수생생물에게 매우 유독한 오염물질로 분류돼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오션프론티어연구소(Ocean Frontier Institute)의 대기미세플라스틱 전문가 스티븐 앨런(Steve Allen) 박사는 "이 연구결과가 타이어분진의 실제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타이어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장치를 고안한 시오반 앤더슨(Siobhan Anderson) 석사과정 학생그룹 타이어콜렉티브(Tire Collective) 공동설립자는 "타이어분진은 미세플라스틱인 동시에 입자가 너무 작아 대기오염을 일으킨다"며 "크기가 10미크론이면 폐로 흡입될 수 있고 2.5미크론이면 세포막까지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타이어분진에 대한 대중 인지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은연어연구의 공동저자인 에드워드 콜로지에이(Edward Kolodziej) 워싱턴대학 부교수는 타이어분진이 주요 도시대기오염원임을 보여주는 중국의 두 가지 연구를 인용해 "알려지지 않은 화학물질들이 도로 유출수와 빗물을 통해 강에 유입돼 물고기들을 죽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폐까지 들어온다"고 경고했다.
콜로지에이 교수는 수천가지 화학물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식격차에 우려도 드러냈다. 30만가지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2만~3만개를 제외한 나머지 90~95% 화학물질은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화학물질이 독점적 기밀정보"라며 "타이어와 같은 제품을 사러갈 때 그 안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타이어업계, 분진 화학물질 '쉬쉬'
프레데리크 몽고딘(Fredérique Mongodin) 유럽 해양환경단체 시즈앳리스크(Seas At Risk)의 해양폐기물정책 담당자는 타이어에서 나오는 '화학혼합물'을 크게 우려하며 "EU가 설계단계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어분진 및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지속되자 타이어업계 측에서는 자체적인 연구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 국제 타이어제조업 대표단체 TIP(Tire Industry Project)는 지난 10년간 여러 연구를 의뢰해 TRWP(타이어 및 도로 마모입자)가 환경 및 건강상의 위험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빈 휘트모어(Gavin Whitmore) TIP 커뮤니케이션매니저는 타이어분진이 해양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원천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유럽타이어고무제조협회(European Tyre and Rubber Manufacturers Association)가 2018년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TRWP의 최대 2~5%만 바다에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 연구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 세실 레몽(Anne Cécile Rémont) TIP 책임자는 은연어 연구 이후 미국타이어제조협회(USTMA)가 미국 캘리포니아 규제당국 및 이해관계자들과 6PPD의 "잠재적 대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레몽 책임자는 그러면서 "타이어분진 화학물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은 제조업체에게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성분 공유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고 하면서도 "USTMA 측에서 대체 시험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주 은연어 대량 폐사원인이 밝혀지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캘리포니아도 은연어 대량 폐사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타이어 회사들이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조업체를 제외하고 타이어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기미세플라스틱 전문가 스티븐 앨런 박사는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의 안전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이미 이를 안전기준을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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