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에게 담배꽁초 먹이는 갈매기...해변쓰레기 1위 담배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8-22 17:27:10
  • -
  • +
  • 인쇄
스페인 등 일부 국가 '해변 흡연금지' 법 시행
담배필터는 플라스틱 오염원..."사용금지해야"


매년 발생하는 4조5000억개의 담배꽁초 가운데 상당부분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해변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안선이 약 5000마일에 달하는 스페인은 해변 흡연을 금지하고 흡연시 최대 2000유로(약 269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자(현지시간)에 보도했다. 인네스 사바네스(Inés Sabanés) 스페인 '마스 파이스에코'(Más País–Equo coalition) 연합소속 국회의원은 "흡연이 허용된 해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폐기물이 담배꽁초"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10년부터 담배에 '쓰레기처리비'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비벌리힐스와 맨해튼 비치는 도심 내 담배판매를 금지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매년 버려지는 약 230억개의 담배꽁초를 청소하기 위해 담배제조사에게 연간 8000만유로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비아, 차드, 베냉 정부 역시 담배 1갑에 최대 4%의 환경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담배꽁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로 이미 규정하고 있다. 또 미치 실버스타인(Mitch Silverstein) 미국 해양보호단체 서프라이더(Surfrider) 샌디에고 지부 정책조정관도 "담배꽁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품목 1위"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담배꽁초에 부착돼 있는 필터다. 현재 전세계 시판되는 담배의 90% 이상은 필터가 부착돼 있다. 이 필터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버려지는 담배꽁초에 이 플라스틱 필터가 달려있기 때문에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사실상 플라스틱 폐기물을 버리는 것과 같다. 거리 혹은 공원, 해변 등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빗물에 휩쓸려 강이나 바다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뉴욕 환경단체 '클린오션액션'(Clean Ocean Action)의 캐리 마틴(Kari Martin) 활동가는 "담배는 플라스틱의 일부"라며 "담배필터 자체가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져 환경에 버려지면 지속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플로리다 해변에서 검은집게제비갈매기(Black Skimmer)가 새끼에게 담배꽁초를 먹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인용하며 "동물들이 담배꽁초를 먹이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9년 플로리다 해변에서 촬영된 검은집게제비갈매기가 담배꽁초를 먹이로 착각하고 새끼에게 이를 먹이는 모습. (사진=Karen Catbird/페이스북)


플라스틱이 원료인 담배필터는 생분해되지 않는다. 또 담배는 온갖 유해물질로 가득하다. 담배연기에는 최소 70가지의 발암물질을 포함해 70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니코틴, 비소, 중금속 등 버려진 꽁초에서 침출된 유해화학물질이 수생생물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11년 미국 샌디에고주립대학에서도 1개의 담배꽁초에서 침출된 화학물질이 1리터 물통에 담긴 물고기의 절반을 죽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꽁초가 육상식물의 성장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에 대한 화학물질의 장기적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는 민물 무지개송어가 28일만에 무게가 감소했으며 지중해홍합은 유해물질을 포함해 22개의 화합물을 흡수했다. 담배꽁초는 생계형 어부뿐만 아니라 해산물 소비자에게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드러낸 연구결과다. 이에 실버스타인 정책조정관은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고, 담배 제조업체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담배필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톰 노보트니(Tom Novotny) 샌디에고주립대 공중보건 명예교수는 "담배필터는 마케팅 도구에 불과하다"며 "필터가 연기를 오히려 더 깊게 흡입하게 만들어 폐 선암종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WHO도 플라스틱 필터가 1950년대 암에 대한 두려움을 낮출 목적으로 담배끝에 부착됐지만 정작 흡연자들을 보호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WHO는 "필터담배가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은 사기"라며 "필터는 흡연자의 중독위험과 독성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오염을 늘리기만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 담배필터가 흡연이 환경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의 일부일 뿐이라며 최근들어 전자담배 사용이 증가하면서 해변에 버려지는 전자담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기후/환경

+

中 흑연에 93.5% 관세 결정…美 전기차 가격인상 불가피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순식간에 허리까지 침수...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졌다

충청권에 집중됐던 폭우가 전라권과 경산권으로 확산되면서 밤사이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순식간에 허리까지 물이 들이차거나 산사태 위험으로 긴급

삼성중공업, HMM 컨테이너선서 99.9% 고순도 탄소포집 실증 성공

삼성중공업이 HMM, 파나시아, 한국선급과 공동으로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시스템(OCCS)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8일 밝혔다.실증은 2023

[주말날씨] 남부에 300㎜ 이상 '물폭탄'...돌풍과 천둥 번개도

수도권과 충청권, 남부지방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토요일인 19일까지 남부지방에 300㎜ 넘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남부 지방과 제주도는

"10% 불과한 배출권 유상할당 늘려야...늘어난 재원은 기후기금으로"

현재 10%에 불과한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고, 늘어난 재원은 기후대응기금을 통해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17일

[기후테크]공장 굴뚝부터 선박까지...질소산화물 잡는 새 촉매 개발

공장, 자동차, 선박 등 연료를 태우는 곳이면 어디서든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질소산화물'(NO)을 제거할 수 있는 새 촉매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