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전염병에 정신질환까지 심각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온상승과 직접 연관된 폭염 사망률이 2000년대 들어 68%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연구공동체 '란셋 카운트다운'(Lancet Countdown)이 25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 '화석연료에 휘둘리는 건강'(Health at the Mercy of Fossil Fuels)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쌀과 옥수수의 성장기간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한 기아인구는 2020년 기준 약 9800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란셋 카운트다운은 기후변화가 공공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매년 국제 의학권위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기상기구(WMO), 세계은행(WB) 등 51개 기관과 99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것으로, 란셋 카운트다운의 7번째 보고서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앞두고 공개된 것으로,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이 불러온 기후변화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가상승으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세계인들의 건강피해를 전체적으로 한층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골자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쌀과 옥수수의 성장기간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한 기아인구는 2020년 9800만여명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또 1985년~2021년 자료를 2012년~2021년 자료와 비교했을 때 갓난아이들이 경험한 폭염 일수는 4.6일 더 많았다. 2000년~2004년과 2017년~2021년 자료를 비교했을 때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68%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가운데 사망자 증가폭은 74%로 더 높았다.
란셋 카운트다운 상임이사 마리나 로마넬로(Marina Romanello) 박사는 "이번 보고서는 우리가 중대한 시점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세계가 지속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면서 다중 글로벌 위기로 인한 건강위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가 전세계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석연료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한 일반 가구들이 에너지 빈곤, 그리고 위험 수준의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도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화석연료 사용중에 공기중으로 방출된 미세한 오염물질들로 2020년 한해에만 120만명이 사망했다. 폭염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국내총생산(GDP)이 5.4% 하락한 인도는 공공보건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면서 33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했다.
기후변화로 기온, 강수량 등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질병에도 취약해지고 있다. 1950년대에 비해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뎅기열, 지쿤구니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감염률은 모두 12%가량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 뎅기열 감염률은 64% 증가했다. 정신질환도 증가세다. 일례로 2020년 호주 남동부에서 유례없는 규모로 2400만㏊를 할퀴고 가면서 450명의 사망자를 낸 '검은 여름' 들불로 4만7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들불 진압에 나선 자원봉사자와 긴급구호인력은 각각 4.6%와 5.5%의 비율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르네 살라스(Renee N. Salas) 박사는 "화석연료를 태울수록 보건위기가 가중되고 있고, 이 때문에 내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볼 때쯤이면 더는 손볼 수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처럼 내 환자들이 개개인의 습관이 아닌 물리적 환경으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록적인 수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케드렌보건소의 제리 에이브러햄(Jerry Abraham) 수석 백신 전문의는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적인 보건위기에 화석연료산업이 가한 피해를 강조하고 있다"며 "화석연료산업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이 지나칠 수 있지만,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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