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선제적 대응 위해선 법제화 필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퍼지고 있는 마약류를 뿌리뽑기 위해 당정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하수의 수질검사로 마약을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 추적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같은 병원체도 하수 수질분석을 통해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네델란드, 벨기에, 이스라엘 등은 벌써부터 바이러스와 마약류를 추적하기 위해 지역별 하수의 수질분석을 진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하수 수질분석을 병원체 유전정보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20년 하수기반 감시체계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NWSS(국가폐수감시시스템)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병원성 미생물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감염병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역별로 하수의 수질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단위 하수기반 감시체계 도입방안 정책토론회'가 그 시발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하수기반 감시체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토론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하수기반 감염병 감시체계를 도입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표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서울 중랑하수처리장의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농도와 하수처리시설 처리구역 내 확진자 수를 비교했다"며 "그랬더니 확진자수가 급증하기 2주전에 하수 유입수 내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는 하수분석을 통해서 코로나같은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법제화를 통해 하수기반 감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 교수는 "하수감시체계 도입을 위한 인력 및 업무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코로나19가 기후위기에서 유발됐다는 주장도 있다"며 "지금 러시아 북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외에도 다른 바이러스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조사관은 "이같은 바이러스를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국내 하수감시체계를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여상구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연구과장은 세종시 요양시설 하수기반 감염병 감시 구축현항에 대해 소개하며 "하수샘플로 다양한 병원체를 분석해 감염병 예방조치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다"며 "한 요양병원 하수시설에서 코로나19가 검출된 이후 바로 신속한 검수검사를 시행했고 이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 4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수에 발견된 바이러스를 통해 인근 시설 감염자 여부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주환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특히 최근 마약사범이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가운데 전국 57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 펜디메트라진 등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되기도 해 하수기반 감시체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기 전 하수를 분석한 정보를 통해 하수 집수구역 내 도시민의 생활상과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하수기반 감시체계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최랑규 에코베이스 대표는 "시골 면단위 이상에서 700여개의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며 "감시체계가 잘 확립돼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바이러스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표 교수는 "지역단위 하수기반 감시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질병관리청 등 국가 컨트롤타워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법제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환경부 생활하수과 한준욱 과장은 "토론회에 참석한 분들의 말씀을 고려해서 최대한 하수 감시체계가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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