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간 감염은 사후대처 아닌 사전대응 초점 맞춰야'
코로나19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대처에만 치중한 국제기구들의 허술한 방역대책이 팬데믹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론 번스타인(Aaron Bernstein) 하버드대학 기후·건강·지구환경센터 소장 주도 연구팀은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해마다 3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세계은행그룹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세계준비태세감시위원회(GPMB)의 방역지침에 백신, 제약, 진단시험 등이 언급돼 있지만, 종간감염(spillover)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수공통 전염병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가능성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인간에게서 발병이 확인된 이후에서야 문제해결에 착수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짚었다. 한마디로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번스타인 소장은 이같은 대응방식에 대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들 가운데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구팀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3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째 인수공통전염병 바이러스의 발견 및 감시체계를 전세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잠재적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연구를 글로벌 범위로 확대하고, 지역별로 가능성이 높은 곳을 추려 사전에 방역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관련 정보를 위험지역에 속한 축산업자, 식품업자, 소비자 등과 공유해 감시망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농·축산업의 비대화와 야생동물 거래를 막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규명되지 못했지만, 많은 학자들이 그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농·축산업 부지를 마련하기 위한 '숲의 파괴'다. 이로 인해 숲에 서식하던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예전에 인간을 숙주로 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는 메커니즘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영국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으로 중국 남부지역 숲이 커지면서 박쥐 개체수가 늘었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 매개 효과도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또 야생 포유류의 4분의 1이 거래되고 있는데, 여기에 박쥐류, 설치류, 영장류 등 인수공통전염병 위험이 높은 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인수공통전염병의 보초병 역할을 하는 수의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수의사가 적고 인수공통전염병 위험이 높은 생물종들이 많이 서식해 야생동물 거래가 빈번한 국가는 팬데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의사의 수는 국가별로 편차가 심하다. 적은 곳은 10만명당 2명, 많은 곳은 1000명당 2명 꼴이다. 문제는 수의사의 수가 많은 곳에서도 이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이나 가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야생동물 감염지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이 3가지 사전대처 솔루션을 실행하려면 연간 200억달러(약 24조원)가 필요하지만, 사후대처만을 고수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인명피해는 20배, 경제적 피해는 10배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저자 스튜어트 핌(Stuart Pimm) 교수는 "팬데믹은 앞으로 그냥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며 "인구는 늘고 도시화는 더 빨리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앞으로 발병할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비해줄 것을 촉구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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