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비용 전가하면 경제적 여파로 확산
지난해 자연재해 보험손실액이 147조원에 이르는 등 기상이변과 전쟁으로 재보험료가 최대 200% 증가하면서 글로벌 보험사들에 9·11 테러 이후 가장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재보험 중개사 하우든(Howden)이 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재보험업계는 2001~2006년 이래 가장 극심한 가격인상 주기를 맞닥뜨렸다.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재보험사들이 기존 상품의 요율을 높이거나 급격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예 손을 떼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를 위한 보험을 다루는 재보험업계에서 1월 1일은 가장 중요한 날이다. 계약이 대부분 1년 주기로 갱신되기 때문에 이날을 기해 향후 12개월까지 보험상품의 가격과 범위 등 보험약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리스크 요인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재보험료가 크게 늘었고, 이번 재보험 갱신 협상의 대부분이 막판 합의로 이뤄지는 등 진땀을 뺐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같은날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재보험 중개사 갤러거(Gallagher Re)의 대표 제임스 비커스(James Vickers)는 "20여년전 9·11 테러 이후 가장 힘든 협상"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해 1000년만의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한 허리케인 '이언'은 보험 손실액 면에서 역대 2번째로 높은 자연재해로 꼽혔다.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기상이변이 초래한 자연재해로 발생한 보험 손실액은 1150억달러(약 147조원)로 지난 10년 평균치인 810억달러(약 103조원)을 한참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의 경우 부동산 재보험료가 150%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우든의 보고서에 따르면 1월 재보험 갱신 계약에서 부동산 재난 재보험료는 전세계적으로 37% 증가했다. 이는 1992년으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항공 재보험료의 경우 200%까지 뛰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항공기 수백대가 발이 묶이면서 과거 손실에 대한 재평가와 비행기 예상 지급액 및 항공기 리스 기업들과의 법적 분쟁을 고려하여 가격을 조정하면서 항공우주 관련 재보험료가 급등한 것이다.
일부 재보험사는 국제적인 제재와 급격한 손실 우려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를 일부 보험 적용 지역에서 제한하거나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보험이 없어지면 연쇄적으로 보험사들은 해당 지역에 보험상품을 제공하기를 더욱 꺼리게 된다. 특히 선박·해운 보험사들은 결과적으로 철수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끝으로 재보험료가 오르면서 보험사들이 고객사들에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경제적인 여파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은 일시적 현상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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