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금지 10년인데 배출량 더 늘었다...프레온가스 '미스터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5 07:30:03
  • -
  • +
  • 인쇄
2020년 CFC계열 프레온가스 배출량 '최고치'
온실효과 CO2 수천배..."국제협약 재검토해야"


2010년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오존층 파괴의 주범 '프레온가스'. 하지만 지난 10년간 배출량이 되레 늘었는데, 원인은 무엇일까.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루크 웨스턴 박사 연구팀이 2010년~2020년까지 전세계 기상관측소 14곳에서 CFC-112a, CFC-113, CFC-113a, CFC-114a, CFC-115 등 5종류의 염화불화탄소(CFC) 농도변화를 측정한 결과, 배출량이 매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흔히 프레온가스로 알려진 이들 CFC 5종의 배출량은 2020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레온가스는 10여년전부터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다. 금지 이전 프레온가스는 에어컨, 자동차, 냉장고, 선박 등의 냉매로 주로 사용됐고, 헤어스프레이나 면도용거품 등 일상용품에도 두루 사용됐다.

프레온가스 사용이 금지된 이유는 오존층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치명적인 자외선을 차단한다. 오존층 없이 사람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면 피부암, 백내장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한때 전세계적인 프레온가스 남용으로 남극 상공의 성층권에 거대한 오존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 프레온가스를 비롯한 오존층 파괴 물질을 점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고, 2010년을 기점으로 전면 금지시키면서 오존층은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오존층이 2040년 1980년대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를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웨스턴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프레온가스가 지난 10년간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2020년 한해 프레온가스가 유발한 온실효과는 스위스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의해 진행된 지구온난화와 맞먹는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특히 'CFC-114a'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천배 강한 화학물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0~2020년 프레온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늘면서 전세계 성층권 오존층의 비중이 0.002% 줄어들었다. 수치 자체는 미미하지만, 프레온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훨씬 더 큰만큼 배출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앞으로 오존층 파괴와 더불어 지구온난화가 더 재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00~2020년 프레온가스 대기중 농도 변화 추이. 좌측 도표는 단위 중량당 오존의 소모량인 오존파괴지수(ODP) 가중치를 둔 배출량, 우측 도표는 100년내 잠재적 온실효과에 가중치를 둔 배출량을 나타낸다. 두 도표 모두 2010년을 기점으로 프레온가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네이처 지구과학) 


프레온가스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기업들이 제도적 허점을 노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는 프레온가스의 직접 사용 금지에 대한 권고만이 담겨있고, 프레온가스를 중간 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지 조항은 없다. 실제로 연구팀은 CFC-113a, CFC-114a, CFC-115가 화학공정의 중간재로 쓰이는 사례를 확인했다. 가스를 사용했던 제품이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누출도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프레온가스 대체제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 생산과정에서도 프레온가스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게다가 HFC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무려 1만5000배에 달하는 '슈퍼 온실가스'로 지목되고 있어 HFC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

다만 연구팀이 분석한 5개 종류의 프레온가스 가운데 CFC-112a와 CFC-113은 부산물로도 나오지 않고, 알려진 사용처도 없어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에 연구팀은 전세계적으로 프레온가스 관측소를 늘리고, 몬트리올 의정서를 재정비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소속 대기과학자 안드레아스 엥겔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어쨌건 전세계 감시체계가 전반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프레온가스가) 어디서 배출되는지만 찾을 수 있으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또는 의무적으로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