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효과 CO2 수천배..."국제협약 재검토해야"
2010년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오존층 파괴의 주범 '프레온가스'. 하지만 지난 10년간 배출량이 되레 늘었는데, 원인은 무엇일까.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루크 웨스턴 박사 연구팀이 2010년~2020년까지 전세계 기상관측소 14곳에서 CFC-112a, CFC-113, CFC-113a, CFC-114a, CFC-115 등 5종류의 염화불화탄소(CFC) 농도변화를 측정한 결과, 배출량이 매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흔히 프레온가스로 알려진 이들 CFC 5종의 배출량은 2020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레온가스는 10여년전부터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다. 금지 이전 프레온가스는 에어컨, 자동차, 냉장고, 선박 등의 냉매로 주로 사용됐고, 헤어스프레이나 면도용거품 등 일상용품에도 두루 사용됐다.
프레온가스 사용이 금지된 이유는 오존층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치명적인 자외선을 차단한다. 오존층 없이 사람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면 피부암, 백내장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한때 전세계적인 프레온가스 남용으로 남극 상공의 성층권에 거대한 오존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 프레온가스를 비롯한 오존층 파괴 물질을 점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고, 2010년을 기점으로 전면 금지시키면서 오존층은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오존층이 2040년 1980년대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를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웨스턴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프레온가스가 지난 10년간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2020년 한해 프레온가스가 유발한 온실효과는 스위스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의해 진행된 지구온난화와 맞먹는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특히 'CFC-114a'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천배 강한 화학물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0~2020년 프레온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늘면서 전세계 성층권 오존층의 비중이 0.002% 줄어들었다. 수치 자체는 미미하지만, 프레온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훨씬 더 큰만큼 배출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앞으로 오존층 파괴와 더불어 지구온난화가 더 재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프레온가스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기업들이 제도적 허점을 노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는 프레온가스의 직접 사용 금지에 대한 권고만이 담겨있고, 프레온가스를 중간 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지 조항은 없다. 실제로 연구팀은 CFC-113a, CFC-114a, CFC-115가 화학공정의 중간재로 쓰이는 사례를 확인했다. 가스를 사용했던 제품이 폐기되면서 발생하는 누출도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프레온가스 대체제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 생산과정에서도 프레온가스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게다가 HFC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무려 1만5000배에 달하는 '슈퍼 온실가스'로 지목되고 있어 HFC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
다만 연구팀이 분석한 5개 종류의 프레온가스 가운데 CFC-112a와 CFC-113은 부산물로도 나오지 않고, 알려진 사용처도 없어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에 연구팀은 전세계적으로 프레온가스 관측소를 늘리고, 몬트리올 의정서를 재정비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소속 대기과학자 안드레아스 엥겔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어쨌건 전세계 감시체계가 전반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프레온가스가) 어디서 배출되는지만 찾을 수 있으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또는 의무적으로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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