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해수 온도에 이례적 '슈퍼 엘니뇨' 우려
올해 해수면 온도가 2℃ 이상 높아지는 역대급 '슈퍼엘니뇨'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분석가들은 '엘니뇨'가 도래하는 올해 그 규모와 시기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엘니뇨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며 '엘니뇨 경보'를 발령했다.
올 3월을 기점으로 3년 연속 이어진 '트리플딥 라니냐' 현상이 막을 내리고 '중립'(ENSO-neutral) 상태에 접어든 바다는 올 6~8월 '엘니뇨'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NOAA는 엘니뇨 진입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진 5~7월에 나타날 확률을 62%, 이후 가을에 나타날 확률을 80~90%로 전망했다.
호주 기상청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전세계 7개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엘니뇨 도래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각 기상청 모델들의 시뮬레이션을 살펴보면 8월까지 모든 관측치에서 해수면 온도가 엘니뇨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찌됐건 올해 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상 해수면 온도는 인도네시아나 호주 등 서태평양 부근이 높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햇볕이 쏟아지는 적도 부근 열대 태평양의 열을 서쪽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무역풍이 약해질 경우 서쪽에 갇혀있던 열이 열대 중태평양과 동태평양으로 옮겨오게 되고, 이들 해역의 온도가 각각 0.8℃와 0.5℃ 이상 높아지는 현상을 '엘니뇨'라고 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평균기온은 약 0.2℃ 상승한다. 해수면 온도가 늘면서 더 많은 물이 증발하게 되고, 비구름이 많아지게 된다. 비구름이 많아지면 바다 대신 대기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늘어난다. 아시아, 호주, 중앙아프리카, 아프리카 남부엔 가뭄이,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엔 홍수 위험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슈퍼엘니뇨' 현상이 나타났던 2016년 2월 인도는 기상관측 137년 이래 2번째로 건조한 한해를 보냈다. 당시 인도 전체인구의 4분의 1인 3억3000만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았고, 갠지스강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봄철 기온의 등락폭이 심하기 때문에 기상관측모델들의 예측치도 오차범위가 큰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이번 엘니뇨에 대한 규모를 예상하기는 섣부르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따라서 기온이 안정되는 6월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슈퍼엘니뇨' 현상이 나타났던 시기는 1950년대 이후 1982~1983년, 1997~1998년, 2015~2016년 3번에 불과했다. 이처럼 슈퍼엘리뇨는 10~15년 주기로 찾아오기 때문에 2016년에 이미 큰 홍역을 치른 만큼 올해 또다른 슈퍼엘니뇨가 찾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0~2022년 엘니뇨의 정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3년간 지속됐음에도 전세계 평균기온은 관측사상 가장 더운 7년을 기록했다. 또 지난 8일 NOAA는 4월초 해수면 온도가 21.1℃를 돌파하면서 2016년 슈퍼엘니뇨 시기의 해수면 온도였던 21℃를 경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NOAA 수석연구원 마이크 맥패든 박사는 "10~15년 주기로 큰 엘니뇨가 찾아오기 때문에 2016년 바로 다음에 오는 엘니뇨가 슈퍼엘니뇨일 경우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자연은 항상 우리가 모든 걸 다 안다고 자부하는 순간 헛발질을 하도록 하는 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주 큰 엘니뇨의 경우 지구 전체를 극심한 가뭄, 홍수, 폭염, 태풍 등으로 뒤집어놓기 때문에 어찌됐건 예의주시하고, 대비태세를 갖춰놓아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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