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쇄해 기간 단축...비료로 써 확장성 극대화
암석이 풍화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에 착안해 인위적으로 풍화작용을 촉진시켜 빠르게 탄소포집 효과를 내는 기술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탄소포집기술 스타트업 언두(UNDO)는 기후벤처투자사 로워카본캐피털과 AENU로부터 960만파운드(약 158억원) 규모 신규투자를 유치했다. 인간이 환경에 끼친 영향을 '무른다'(Undo)는 뜻을 이름에 담은 이 업체는 '암석 풍화촉진'(ERW·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RW는 수십만년에 걸친 암석의 풍화작용을 수십년 단위로 앞당기는 기술이다. 현무암이나 감람석 등 지표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규산염암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머금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작용해 풍화한다. 이때 이산화탄소는 '탄산염' 형태로 암석에 포집된다. ERW는 절벽 주변이나 광산에 널부러진 암석 조각이나 철강 부산물들을 모아 가루로 빻고, 빗물과 접촉하는 면적을 늘려 지상에 넓게 펴발라 이산화탄소가 더 빠른 속도로 '탄산염' 형태로 포집될 수 있도록 풍화를 촉진한다.
언두는 ERW가 농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규산염암은 마그네슘, 칼슘, 카륨, 인 등 풍부한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식물 뿌리와 토양 미생물과 직접 접촉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게 되고, 토양 산도를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 비료 역할을 보조하기 때문에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거나 축산업용 목초지에도 쓰일 수 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언두를 첫 ERW 공급사로 낙점했다. 언두는 이 협약을 통해 영국에만 2만5000톤의 현무암을 농지에 뿌려 향후 20년간 이산화탄소 5000톤을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언두에 따르면 전세계가 ERW 도입에 나설 경우 해마다 40억톤의 탄소포집이 가능하다. 언두는 2030년 누적 탄소포집량 10억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50년 탄소포집 처리량 목표를 100억톤으로 정해 놓고 있다. 앞으로 배출될 탄소저감만으로 부족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부터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으려 해도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썩거나 불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은 비용과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장성을 갖춘 ERW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ERW의 원료가 광산에서 나오는 공업부산물을 포함하는 만큼 독성 오염물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언두 최고사업책임자(CCO) 라이언 킹은 "브라질은 100년 이상 현무암을 분쇄해 농지에 비료로 공급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부작용이 밝혀진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옥스포드대학교의 탄소포집 전문가 스티브 스미스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두의 ERW에 대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화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실제 포집량과 포집된 탄소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해 밝혀내 측정 방식을 표준화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두는 MS와의 계약분인 현무암 2만5000톤을 시작으로 실제 의도한 대로 탄소포집 효과가 나타나는 지 검증할 계획이다. MS도 검증 사업에 참여해 감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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