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풍기며 바닷가 질식시키는 '모자반'...탄소포집 해조류로 최적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9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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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모자반 군락 폭발적 증가 추세
방치하면 환경오염..."탄소흡수력 활용해야"
▲해안을 뒤덮은 모자반. 갈조류의 일종인 모자반은 과도하게 번성하면 해양생물 및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사진=NASA)


인간의 활동과 기후위기로 '모자반'(sargassum)이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해안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USF) 광학·해양학연구소 연구팀은 2011년부터 위성 이미지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모자반 군락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대서양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2022년 6월 기준 모자반 대규모 군락지인 '그레이트 애틀랜틱 사르가섬 벨트'(Great Atlantic Sargassum Belt)가 이집트 기자에 있는 거대 피라미드보다 약 4배나 큰 2420만톤으로 추정했다. 이 벨트의 규모는 멕시코만부터 콩고의 하구까지 뒤덮고 있어 우주에서도 관측될 정도다.

해조류는 영양이 풍부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녹색경제에도 유용한 팔방미인이다. 그러나 모자반은 해조류임에도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바다 표면을 따라 황금빛 들판처럼 펼쳐진 모자반 군락은 언뜻 보기에는 아름다운 모습이고 해양생물에게 안전한 은신처가 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대규모 모자반 군락은 해안 야생동물과 어류뿐만 아니라 수자원·전력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에 피해를 입힌다. 해안에 상륙한 군락은 수 킬로미터에 걸친 해안선을 온통 뒤덮어 질식시키고, 때로는 몇 미터 높이로 쌓이기도 한다. 모자반이 수면을 뒤덮으면 수면 아래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은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되고, 갓 부화한 거북이는 모자반 더미에 가로막혀 바다로 가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부패하면 악취가 진동한다.

모자반 부패로 방출되는 황화수소는 가벼운 두통이나 눈 떨림 등 건강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는 황화수소가 임신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셸리앤 콕스(Shelly-Ann Cox) 바베이도스 정부 소속 최고어업책임자는 "매년 유입 및 관광, 어업, 운송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모자반의 환경적, 경제적 여파가 재앙적"이라고 말했다.

▲2018년 7월 관측된 '그레이트 애틀랜틱 사르가섬 벨트' (사진=NASA)


이처럼 모자반이 급속히 퍼지는 원인은 인간의 활동과 기후위기가 맞물린 탓으로 파악됐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강 유역에서 대두를 재배하는 지역이 늘어나다보니 질소와 인 등이 바다에 무분별하게 흘러들어갔고, 이로 인해 해조류에게 양분이 과도하게 공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까지 높아지니, 따뜻한 기온에서 번성하는 모자반에게 최적의 생육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도 철과 기타 필수 미네랄의 공급원 역할을 했다.

문제는 이 골치덩어리 바이오매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일각에서는 모자반을 비료로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비소 등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어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퇴비로 만들면, 모자반에 함유된 비소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식수와 먹이사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산업용으로 쓰자니, 중금속 제거작업이 상당히 번거로워 비용효율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짓 수브라마니암(Ajit Subramaniam) 해양학자는 "카리브해 국가들이 모자반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전세계에서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모자반의 탄소흡수력을 이용할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로봇을 사용해 탄소포집한 모자반을 해저에 가라앉히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수브라마니암 학자는 "모자반 군락은 약 300만톤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며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유기탄소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면 그 탄소가 몇 세기동안 저장되면서 지구가 '탄소곡선'을 평평하게 만들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국 스타트업 씨위드제너레이션(Seaweed Generation)은 해초를 탄소흡수원으로 사용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패트리샤 에스트리지(Patricia Estridge) CEO는 "물이 얕으면 모자반이 썩어서 메탄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심해로 가라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브라마니암 학자는 해초를 수심 2000m에서 4000m 깊이로 가라앉히면 수백 년 동안 유지될 것으로 계산했다. 그는 모자반으로 해양 피해가 더 심각해지기전에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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