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엘니뇨의 서막'...때이른 폭염은 지구의 경고?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4 18:22:23
  • -
  • +
  • 인쇄

4~5월인데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폭염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과 속초 기온이 각각 35.5℃, 34.4℃를 기록하며 관측 이래 5월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같은 날 서울도 31.2℃를 기록하며 한여름인 8월 상순보다 더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이상고온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과 인도, 중국 등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미얀마는 10년만에 4월 기온이 43.8℃를 기록했고 베트남은 44.2℃, 인도 동부 44℃, 라오스 43.5℃, 태국 41℃을 기록했다. 5월 중순에는 싱가포르 37℃, 중국 산둥성 37℃, 상하이 34℃로 한여름 날씨가 이어졌다. 베이징은 17년 만에 폭염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도 이른 더위에 땀을 뻘뻘 흘렸다. 스페인은 4월부터 40℃가 넘는 폭염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350만 헥타르(ha) 이상의 농작물이 손실되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지난 11일 20억유로(약 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지난 16일 이상고온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100년만의 최악 홍수가 발생해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시애틀은 평년 5월 평균 기온이 17℃ 정도지만 50년 만에 30℃가 넘는 가장 더운 5월을 보내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지난 14일 낮 최고기온이 34℃까지 치솟아 최고기록을 경신했고,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겹쳐 90건이 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전세계를 들끓게 한 봄철 '폭염'의 원인으로는 기존의 지구온난화 추세와 평년보다 따뜻해진 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상승 작용으로 분석됐다.

현재 해양수온이 100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존 에이브러햄(John Abraham) 미국 세인트토마스대학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로 갇힌 열의 90% 이상이 바다로 흡수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가 비약적으로 오를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이 폭염은 앞으로 닥쳐올 괴물폭염의 전조증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지구기온을 상승시키는 '엘니뇨'까지 겹치면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함유근 교수는 "라니냐 시기에 엘니뇨로 전환될 수 있는 열이 축적되는데 지난 3년동안 이례적으로 라니냐 시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더 많은 열이 축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평년보다 더 많이 모인 열 때문에 훨씬 더 큰 규모의 '수퍼엘니뇨'가 터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동태평양과 중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구 전체 온도가 0.2℃가량 상승하게 되고 폭염, 홍수,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즉, 올봄의 '괴물폭염'은 지속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엘니뇨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찌감치 기온상승 효과를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급 폭염'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에도 불구하고 지구 평균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산업화 이전 대비 1.15℃나 높아졌다"며 "여기에 수퍼엘니뇨가 발현되면 5년 내로 임계점이라 불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한번은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2035 NDC' 뜸 들이는 EU...기후 선도그룹 위상 '흔들'

유럽연합(EU)이 올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 대한 감축목표를 기한내에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회

태양빛으로 방사능 오염된 토양 정화하는 '인공식물' 개발

태양빛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인공식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울산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연구팀은 태

강릉 저수율 16.5%까지 상승...수요일 또 강릉에 '반가운 비'

강릉 시민들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일 오전 6시 기준 16.5%를 기록했다. 주말 전후 오봉저수지 인근에 내린 81㎜의 비가 지

폭염 극심했던 유럽...올해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 '70조원'

올해 극한기후로 인해 유럽이 약 430억유로(약 70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독일 만하임대학과 유럽중앙은행(ECB) 연구팀은 올여름 폭염과 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