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인데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폭염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과 속초 기온이 각각 35.5℃, 34.4℃를 기록하며 관측 이래 5월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같은 날 서울도 31.2℃를 기록하며 한여름인 8월 상순보다 더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이상고온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과 인도, 중국 등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미얀마는 10년만에 4월 기온이 43.8℃를 기록했고 베트남은 44.2℃, 인도 동부 44℃, 라오스 43.5℃, 태국 41℃을 기록했다. 5월 중순에는 싱가포르 37℃, 중국 산둥성 37℃, 상하이 34℃로 한여름 날씨가 이어졌다. 베이징은 17년 만에 폭염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도 이른 더위에 땀을 뻘뻘 흘렸다. 스페인은 4월부터 40℃가 넘는 폭염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350만 헥타르(ha) 이상의 농작물이 손실되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지난 11일 20억유로(약 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지난 16일 이상고온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100년만의 최악 홍수가 발생해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시애틀은 평년 5월 평균 기온이 17℃ 정도지만 50년 만에 30℃가 넘는 가장 더운 5월을 보내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지난 14일 낮 최고기온이 34℃까지 치솟아 최고기록을 경신했고,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겹쳐 90건이 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전세계를 들끓게 한 봄철 '폭염'의 원인으로는 기존의 지구온난화 추세와 평년보다 따뜻해진 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상승 작용으로 분석됐다.
현재 해양수온이 100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존 에이브러햄(John Abraham) 미국 세인트토마스대학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로 갇힌 열의 90% 이상이 바다로 흡수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가 비약적으로 오를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이 폭염은 앞으로 닥쳐올 괴물폭염의 전조증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지구기온을 상승시키는 '엘니뇨'까지 겹치면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함유근 교수는 "라니냐 시기에 엘니뇨로 전환될 수 있는 열이 축적되는데 지난 3년동안 이례적으로 라니냐 시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더 많은 열이 축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평년보다 더 많이 모인 열 때문에 훨씬 더 큰 규모의 '수퍼엘니뇨'가 터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동태평양과 중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구 전체 온도가 0.2℃가량 상승하게 되고 폭염, 홍수,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즉, 올봄의 '괴물폭염'은 지속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엘니뇨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면서 일찌감치 기온상승 효과를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급 폭염'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에도 불구하고 지구 평균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산업화 이전 대비 1.15℃나 높아졌다"며 "여기에 수퍼엘니뇨가 발현되면 5년 내로 임계점이라 불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한번은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