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펄펄 끊는 亞...예년 기후경향 모두 무용지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4 17:46:39
  • -
  • +
  • 인쇄
태국, 인도 등 한낮기온 벌써 40도 넘어
한반도 3월 이상고온에 4월은 우박 폭설
▲폭염 속 방콕 거리에서 과일 파는 상인 (사진=연합뉴스)


'엘니뇨'가 닥치지도 않았는데 4월 아시아 각지의 기온이 40℃를 넘나들며 펄펄 끓는 등 날씨가 점차 들쭉날쭉해지면서 앞으로 기후예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28.4℃까지 올라 역대 2번째로 뜨거운 4월을 기록했다. 바로 다음날인 20일 대구에서는 기온이 6월 중순 날씨인 29.4℃까지 올랐다.

4월의 이상고온은 국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6일 방글라데시 다카는 60년만에 한낮 기온이 40.6℃까지 치솟았다. 같은날 국경을 맞댄 인도의 서벵골주, 비하르주, 안드라 프라데시주 등의 한낮 기온도 예년보다 5℃ 높은 40℃대를 보였다. 한여름 폭염을 방불케하는 기온이다보니, 한 행사에서는 탈수와 열사병으로 11명이나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국 방콕도 지난 22일 낮 최고기온이 42℃를 기록했다. 습도를 포함한 체감온도는 무려 54℃에 달했다. 이처럼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점차 상승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온의 변동폭이 점차 커지면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4일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림기상학과 특임교수는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전환되기까지의 터울도 있고, 엘니뇨로 전환 이후 기후에 반영되기까지 반년가량 걸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올 3월 라니냐가 끝나자마자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3월부터 이런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이 굉장히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결국 기존에 큰 틀에서 바뀌지 않던 기후가 하나의 원칙으로 설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는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4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열대지역 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27.8℃로 평년보다 0.1℃ 높은데 비해,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는 10.9℃로 평년보다 1.1℃ 높은 상태다. 기상청은 해수면 온도상승 추세가 5~7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계속해서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이 시기쯤 엘니뇨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3개월 이동평균치의 편차가 +0.5℃ 이상으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평균기온은 0.2℃가량 상승한다. 지난 2월 기상청은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7~8월이 예년보다 훨씬 무더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직 엘니뇨가 본격적으로 오지 않았는데도 봄철 기온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올 3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9.4℃를 기록하면서 전국 기상관측 이래 51년만에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됐다. 따뜻한 3월은 기록적으로 이른 개화를 불러왔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순서대로 피던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서울에서는 벚꽃이 평년보다 2주 빠른 3월 25일에 개화했다. 서울에서 벚나무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후 2번째로 일찍 핀 것이었다.

3월에 더웠던 날씨는 4월들면서 다시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이상기온'을 보였다. 지난 16일에는 부산 금정구와 동래구, 부산진구 등 일부 지역에 30분가량 우박이 쏟아졌다. 도로 등에는 작은 알갱이의 우박이 하얗게 쌓였다. 경주지역에서도 우박이 내렸다. 또 강원 북부산간에서는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올 8월은 예년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수도 있다. 남재철 교수는 "뜨거운 적도부근에서부터 수증기를 몰고 오는 태풍은 상대적으로 고위도인 우리나라에 오게 되면 한풀 꺾이면서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나라 주변 해역 온도가 8월까지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면 태풍이 고위도로 올라와서도 에너지를 유지한 채 한반도에 상륙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