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3월 이상고온에 4월은 우박 폭설
'엘니뇨'가 닥치지도 않았는데 4월 아시아 각지의 기온이 40℃를 넘나들며 펄펄 끓는 등 날씨가 점차 들쭉날쭉해지면서 앞으로 기후예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의 한낮 기온은 28.4℃까지 올라 역대 2번째로 뜨거운 4월을 기록했다. 바로 다음날인 20일 대구에서는 기온이 6월 중순 날씨인 29.4℃까지 올랐다.
4월의 이상고온은 국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6일 방글라데시 다카는 60년만에 한낮 기온이 40.6℃까지 치솟았다. 같은날 국경을 맞댄 인도의 서벵골주, 비하르주, 안드라 프라데시주 등의 한낮 기온도 예년보다 5℃ 높은 40℃대를 보였다. 한여름 폭염을 방불케하는 기온이다보니, 한 행사에서는 탈수와 열사병으로 11명이나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국 방콕도 지난 22일 낮 최고기온이 42℃를 기록했다. 습도를 포함한 체감온도는 무려 54℃에 달했다. 이처럼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점차 상승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온의 변동폭이 점차 커지면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4일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림기상학과 특임교수는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전환되기까지의 터울도 있고, 엘니뇨로 전환 이후 기후에 반영되기까지 반년가량 걸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올 3월 라니냐가 끝나자마자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3월부터 이런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이 굉장히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결국 기존에 큰 틀에서 바뀌지 않던 기후가 하나의 원칙으로 설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는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4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열대지역 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27.8℃로 평년보다 0.1℃ 높은데 비해,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는 10.9℃로 평년보다 1.1℃ 높은 상태다. 기상청은 해수면 온도상승 추세가 5~7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계속해서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이 시기쯤 엘니뇨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3개월 이동평균치의 편차가 +0.5℃ 이상으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평균기온은 0.2℃가량 상승한다. 지난 2월 기상청은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7~8월이 예년보다 훨씬 무더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직 엘니뇨가 본격적으로 오지 않았는데도 봄철 기온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올 3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9.4℃를 기록하면서 전국 기상관측 이래 51년만에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됐다. 따뜻한 3월은 기록적으로 이른 개화를 불러왔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순서대로 피던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서울에서는 벚꽃이 평년보다 2주 빠른 3월 25일에 개화했다. 서울에서 벚나무 개화를 관측하기 시작한 1922년 이후 2번째로 일찍 핀 것이었다.
3월에 더웠던 날씨는 4월들면서 다시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이상기온'을 보였다. 지난 16일에는 부산 금정구와 동래구, 부산진구 등 일부 지역에 30분가량 우박이 쏟아졌다. 도로 등에는 작은 알갱이의 우박이 하얗게 쌓였다. 경주지역에서도 우박이 내렸다. 또 강원 북부산간에서는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올 8월은 예년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수도 있다. 남재철 교수는 "뜨거운 적도부근에서부터 수증기를 몰고 오는 태풍은 상대적으로 고위도인 우리나라에 오게 되면 한풀 꺾이면서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나라 주변 해역 온도가 8월까지 높은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면 태풍이 고위도로 올라와서도 에너지를 유지한 채 한반도에 상륙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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