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에 세계 곳곳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라리아 감염자 수는 312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52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6월에만 145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해 경기도 김포, 파주, 고양시 등은 지난 1일부터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별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유충 제거 작전을 펼치는 등 방제에 힘쓰고 있다.
질병관리청 매개체 분석과 이희일 과장은 "기온이 지난달 중순부터 한여름 수준으로 높아졌고 국지성 호우가 겹치면서 모기 개체수와 활동량이 증가했다"며 "말라리아매개 모기는 주로 밤 10시 이후부터 활동하고, 어두운 옷은 보호색을 띄어 달라붙을 경우가 있으니 가능하면 야간 야외활동을 줄이고 긴 팔과 밝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열성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선 주로 경기 북부와 강원도 등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매해 약 2억명이 감염되고 40~50만명이 사망할 만큼 치사율이 높아 '인류 최악의 질병'으로 불린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9년 '말라리아 재퇴치 5개년 실행계획'을 발표해 2021년에서 2023년까지 말라리아 감염 발생을 0건으로 만들고,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현재까지 말라리아 환자 수는 300~400명 수준을 유지했고 올해는 오히려 더 늘었다.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위험이 더 커진 것에 대해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이 갖춰지면서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져 개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모기박사로 유명한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일반적인 생물은 먹이와 천적에 따라 개체수와 서식지가 결정되지만 모기는 번식 가능한 물만 있으면 기온에 따라 개체수가 달라진다"며 "온난화 현상으로 전반적인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의 성장 속도와 번식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겨울철이 짧아지고 온도도 비교적 높아져서 모기의 활동 기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3일까지 10일 연속으로 모기활동지수가 '불쾌' 수준을 유지했다. 불쾌 단계는 모기활동지수 중 가장 높은 단계로 밤에 야외에서 10~15분 이상 머물 경우 5마리 이상 모기로부터 공격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최근 비영리 기후단체 '클라이밋 센트럴'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 여파로 미국 지역 70% 이상이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해서 모기 매개 질병 위험도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모기에 의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모기의 번식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모기 매개 바이러스의 전염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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