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바이오매스 확대는 탄소중립 역행..."보전이 조림보다 효율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3 11: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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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탄소유출·생물다양성 손실
온실가스 누적효과도 고려해야
▲벌목현장 (사진=연합뉴스)

산림청이 탄소중립 핵심전략으로 내건 '목재 및 바이오매스 이용 확대'가 되레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한 산림청은 6대 추진전략을 내세우며 2027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량의 21%를 책임진다고 밝혔다. 6대 추진전략에는 '목재 및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가 담겨있다. 탄소흡수기능이 저하된 숲은 베어내고, 숲가꾸기 산물 등을 파쇄·건조·압축하여 만든 목재연료인 '산림 바이오매스'로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국내 산림은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다. 40~50년 된 고령의 숲이 77%인 반면, 20년 이하의 나무들로 채워진 숲의 면적은 7%에 불과하다. 나무의 수령이 30살을 넘기면 탄소흡수량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이처럼 고령의 나무를 솎아내는 숲가꾸기를 통해 탄소흡수량을 늘리고, 숲가꾸기 산물을 파쇄·건조·압축한 목재연료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성장하고, 목재 유통이나 장비 사용 등 벌목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통계는 별도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산림 바이오매스 연소시에는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에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적용받은 바이오매스 기반 발전량은 현재까지 42배 성장해 신재생에너지 중 2번째로 큰 발전원이 됐다.

하지만 이처럼 '나무를 베어도 숲은 새로 자라며 다시 탄소를 포집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목재 이용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산림청 입장과는 반대로, 늘어나는 벌목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5일 세계자원연구소(WRI)의 리칭 펭(Liqing Peng) 박사와 프린스턴 대학교 티모시 서칭어(Timothy Searchinger) 교수는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세계 목재 수확의 탄소 비용' 논문을 게재해 전세계 목재 수요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연간 35~42억톤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논문은 2050년까지의 목재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여러 벌채 시나리오를 비교·분석해 벌목으로 산림을 활용하는 것보다 보전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지속가능하다고 하는 '산림경영' 역시 목재 벌목과 활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 기후위기 악화에 일조한다는 것이다.

WRI 연구진은 2010~2050년 전세계 목재 수요가 54% 증가해 미국 본토 전체를 모두베기하는 양과 맞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목재 수요 감축 노력이 없으면 2050년에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50억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배출량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은 나무를 대형 화력발전소에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바이오매스의 효율이 낮아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 때 석탄보다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무분별한 벌채를 동반해 세계 각지의 산림을 파괴한다. 이런 특성상 목재 그 자체로 인한 탄소 격리 효과는 즉각 사라지고 온실가스를 즉시 대기로 방출한다. 게다가 온실가스가 대기중에 누적될수록 온실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추후 같은 양을 흡수하더라도 당장 누적되고 있는 배출량을 줄이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밖에도 연구 모델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벌목으로 발생하는 토양 탄소유출과 생물다양성 손실까지 고려하면 산림정책으로 인한 기후·환경적 악영향은 더울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WRI 연구진은 즉각적인 탄소배출을 막기 위해 △연료로 쓰이는 목재를 2050년 전망의 50%로 감축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5억톤 감축 △기존 플랜테이션 산림의 연간 생장량을 50% 증가시켜 이산화탄소 배출량 6억톤 감축 △열대림의 큰 나무를 벌채할 때 함께 훼손되는 수목의 수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 2억톤의 감축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서칭어 교수 등은 "목재 수확을 줄인다면 숲이 노령화되며 매년 더 적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겠지만, 대기로부터의 탄소 격리는 지속될 것"이라며 "수십년간 추가적인 산림 생장은 폭염, 수위 상승,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즉각적인 피해를 제한하는 한편, 온난화를 억제하는 다른 해법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는 우리 숲이 풍성해질수록 탄소 흡수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산림경영'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실상은 바이오매스용 벌목의 확대였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바이오매스는 명백히 탄소 감축이 아닌 배출로, 그 결과는 기후위기와 산림파괴뿐"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예정된 REC 가중치 개편을 통해 바이오매스 REC를 일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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