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산불 키웠다"...전문가들이 비판하는 이유는?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31 07: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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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 있는 의성 산림(사진제공=최병성 목사)

경상권의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은 산림청의 미흡한 산불 진화 체계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하동으로 번지면서 30일까지 10일간 이어졌고,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과 영양, 청송, 영덕 등 인근지역으로 번지면서 7일간 불탔다. 

주불 작업은 진화됐지만 아직도 크고작은 불씨가 강풍에 의해 재발하고 있어 조마조마한 상태다. 실제로 주말 사이에 청송과 안동, 의성 등지에서 불씨가 재발화하는 바람에 산림당국이 헬기를 투입해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 영향 구역은 30일 기준 4만8238헥타르(㏊)로, 서울 여의도(290㏊)의 166배 달하는 규모다. 역대 산불피해 1위로 꼽혔던 지난 2000년 동해 산불의 피해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망자 30명 등 사상자도 75명이나 나왔다. 동해안 산불에서 발생한 인명피해의 4배다.

이번 산불은 역대급 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 당국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피해가 커진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산불 피해가 커진 것에 대해 "산불 주무관청인 산림청의 대응능력 부족"이라고 짚었다.

황 소장은 "산불진화대 1만1000여명 중 90% 이상이 재정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부분 노인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심지어 90대 대원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화대는 산불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인력인데, 고령화로 인해 실제 투입 가능한 수준은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지금과 같은 대응체계를 계속 유지하면 비가 내리거나 모든 산이 불타기 전까지 진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번 경상권 산불도 지난 27일 비가 내리면서 더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진화 작업에서 소방헬기에 많이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산불 진화를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산불 현장을 직접 목격한 최병성 목사는 "소방헬기로 물을 뿌리면 불길은 잠시 잦아들 수 있지만 잔불까지 끄는 효과는 없다"면서 "오히려 헬기 프로펠러 때문에 불티가 옆으로 날리는 상황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소나무 숲에 작은 활엽수들을 정리하는 산림청 '숲가꾸기' (자료=산림청)

소나무숲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산림이 가장 많이 조성돼 있는 지역은 경상북도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과 청송, 영양 등으로 빠른 시간안에 번질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역에 소나무숲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0년 기준 경북지역의 소나무 숲 면적은 45만7902헥타르(ha)에 달했다. 산림 면적 중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또 지난 2022년, 2023년 대형 산불로 번졌던 울진, 밀양 산불 모두 소나무 숲에서 시작됐다.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잘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소나무 송진이 테라핀과 같은 정유물질을 20% 이상 포함하고 있어 불이 잘 붙고 오래 타기 때문이다. 또 솔잎은 겨울에도 가지에 그대로 붙어 있고 가벼워 불똥이 되기 쉽다. 이 불똥이 바람을 타고 수백m 날아가면서 산불을 확산시킨다.

단일 수종으로 숲을 가꾸면 생물다양성이 취약해져 건강한 산림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적지않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숲가꾸기'라는 명목으로 키 작은 활엽수를 베어내면서 소나무로만 숲을 조성해왔다. 특히 2008년에는 소나무림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송이산 가꾸기' 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산림청의 이같은 행태의 숲가꾸기에 대해 일찍부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산림청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산림 내 나무를 베어 일종의 방화선을 만들고 활엽수 중심으로 수종 변화를 유도하는 '산불 예방 숲 가꾸기'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 교수는 "산림청은 불에 탈 것을 줄이면 산불이 작아진다는 논리로 나무를 벨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바람에 불똥이 수㎞를 거뜬히 날아가는데, 산불을 전혀 모르는 엉터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체계적인 대응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홍석환 교수는 "산림청은 대형 헬기 도입 및 특수진화차량 도입, 진화용 웨어러블 로봇과 드론 도입, 임산 도로(임도) 조성, 숲가꾸기 사업 등을 새로운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면서 "어느 하나 검증된 것이 없는데도 해당 대책을 고수한다"고 꼬집었다.

황정석 소장 역시 "산불은 예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초기진화가 중요하다"면서 "대책도 대응능력도 없는 산림청 대신 화재진압의 스페셜리스트인 소방청을 산불 주무관청으로 변경하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잿더미로 변한 의성 산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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