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로 잿더미로 변한 하와이 마우이섬 해변에 나홀로 멀쩡한 주택 한채가 화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외신에 따르면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 지역 해변에 잎이 모두 불타서 까만 가지만 남은 나무들과 뼈대까지 무너져내려 지반 흔적만 있는 집들 사이로 빨간지붕의 2층집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어 이목을 끌었다.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은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해변까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총 2170에이커(8.78㎢)가 잿더미가 됐다. 화마가 지나간 지역에 있던 주택 등 건물 2200여채도 모두 불에 탔다. 그런데 이 빨간지붕의 2층 주택은 무너지지 않았다. 정원에 파릇파릇한 나뭇잎과 잔디도 일부 남아있어 어리둥절한 누리꾼들은 해당 가옥을 '하와이 산불에서 살아남은 그 빨간 집'으로 부르며 관심을 모았다.
엄청난 불길에도 이 집이 멀쩡했던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건축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추측이다.
집 주인인 패티 타무라(67) 씨는 내연성 강한 콘크리트 벽으로 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주택은 인근 제당공장에서 일하던 타무라 씨의 할아버지가 1950년대 은퇴 후 삶을 만끽하기 위해 '모든 걸 견딜 수 있는 집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타무라 씨는 "할아버지는 벌레가 들거나 목재가 삭지 않도록 집을 시멘트로 지었다"면서 "그의 지식과 건축기술 덕에 집이 살아남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크리트 벽이 너무 두꺼워서 파도 소리도 집밖으로 나가야만 들을 수 있다"며 "나무로 지은 이웃집들과 달리 콘크리트로 지은 집이 항상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할아버지의 선견지명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라하이나 지역 화재에서 건재했던 또다른 건물 마리아 라나킬라 가톨릭교회도 콘크리트 건물이다.
한편 마우이섬 산불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11명, 이중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산불로 인한 부상자도 100명을 훌쩍 넘었다. 마우이 메모리얼 메디컬센터는 지금까지 148명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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