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복원력 이미 무너졌다..."9개 행성경계 중 6개 붕괴"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4 15:49:01
  • -
  • +
  • 인쇄
행성 경계 무너지면 지구는 유지능력 상실
과학자들 "재앙의 임계점에 가까워질 수도"


기후변화로 지구의 생태계 유지시스템이 너무 많이 손상돼 더이상 '인류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와 호주국립대학교(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등의 국제연구팀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9개의 '행성경계' 중 6개가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성경계는 주요 지구환경의 한계선을 일컫는 것으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생지화학, 해양산성화, 토지이용률, 담수, 오존지수, 대기오염, 화학오염 등 9개 지표로 평가된다. 따라서 행성경계가 무너질수록 지구는 유지하는 능력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행성경계는 대기중 이산화탄소(CO2) 수준과 같은 특정 지표를 사용해 설정된다. 가령 대기중 CO2의 경계선은 350ppm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시스템은 어느 정도의 변화에 탄력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계는 지난 1만년동안 지속된 수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한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 대기오염과 해양산성화, 오존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경계는 지구의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과 해양산성화도 거의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유일하게 안정적인 것은 오존지수다.

연구진들은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말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까지 존재했던 안전하고 안정적인 상태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연구는 9개의 행성경계를 처음으로 포괄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며 "지구 전체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건강점검"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연구는 지난 2000건의 관련 연구를 분석한 종합평가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생물다양성 손실과 토지이용은 대규모 농업과 이로 인한 자연 파괴로 야생동물이 멸종하면서 20세기에 이미 무너졌다. 또한 20세기 초에 담수가 경계를 돌파했으며, 1980년대 후반에 기후변화가 경계선을 넘었다.

생지화학의 경우,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토지 및 해양내 질소와 인이 급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안전수준의 3배에 달하는 질소가 농경지에 첨가되고 있다. 살충제, 플라스틱, 핵폐기물같은 화학오염은 2022년에 경계를 넘었다. 대기오염과 해양산성화의 경우 남아시아와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오염이 경계치를 이미 초과했지만 다른 지역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또한 급격히 산성화되고 있어 조만간 경계를 넘을 전망이다. 

▲9개 행성경계의 현재 상태 (출처= 사이언스 어드밴스)


연구진들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생물계를 포괄하는 4가지 생물학적 경계가 모두 가장 높은 위험 수준에 있거나 그에 가깝다는 것이다"며 "생물계는 지구환경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을 이끈 캐서린 리처드슨(Katherine Richardson) 코펜하겐 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인류가 1만년동안 지속되어온 조건에서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인간으로 인해 지구환경이 크게 변하는데 우리가 번성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지구는 고혈압 환자에 비유할 수 있다"며 "당장은 멀쩡해 보여도 무슨 합병증이 일어나 죽음에 이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2009년 처음 행성경계를 고안한 요한 록스트롬 (Johan Rockström) 교수는 "지구에서 인류의 안전, 번영, 형평성을 원한다면 안전한 공간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는 그러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두고 "과학계와 전세계 사회는 지구를 강타하는 모든 극한기후 현상에 대해 정말 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지구의 복원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록스트롬 교수는 "이러한 회복력 저하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1.5℃ 기후 목표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결국 재앙의 임계점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과학자들도 "행성경계는 지구의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생명유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로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시점"이라며 "화석연료 연소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파괴적인 농업을 중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사이먼 루이스 교수(Simon Lewis)는 "이번 연구는 놀랍도록 우울하다"며 "지구는 훨씬 덜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고 있고 이는 우리가 환경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극명한 경고"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회 정의와 행성경계를 통합해서 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친개발 정책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1.6℃로 제한하는 데 따른 피해와 고통은 부유층을 돕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정책을 통해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데 따른 피해와 고통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며, 행성경계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우리금융, 글로벌 ESG 투자지수 'FTSE4Good' 편입

우리금융그룹이 글로벌 ESG 투자 지수인 'FTSE4Good'에 신규 편입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해 우리금융은 글로벌 투자자와 소통을 더욱 강

KT, 생물다양성 보전 나선다...수달서식지 '원동습지'에서 첫 활동

KT가 습지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활동에 나선다.이를 위해 KT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이스트에서 국립생태원과 기후변화로 급감하고 있

기후/환경

+

극과극 날씨 패턴...중부는 '물폭탄' 남부는 '찜통더위'

13일 우리나라 날씨가 극과극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호우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북극이 스스로 지구온난화를 늦춘다?..."기후냉각 성분이 방출"

북극에서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자연적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북극은 온난화 속도가 중위도보다 3~4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 다시 찾아온 장마...이틀간 수도권 최대 200㎜ '물폭탄'

13~14일 이틀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겠다.남쪽에서 북태평양고기압과 제11호 태풍 '버들'이 밀어올리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경기도, 호우 대비 13일 오전 6시 '비상1단계' 발령

13일 오전부터 14일 오후까지 경기도 전역으로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는 13일 오전 6시부로 재난안전대책본

확진자가 1만6500명...기후변화로 태평양 섬나라 '뎅기열' 급증

기후위기로 모기 매개 감염병인 뎅기열이 태평양 국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국가비상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태평양 섬나라

부글부글 끓는 지중해...유럽 전역 산불과 40℃ 폭염에 '신음'

유럽 전역이 역대급 폭염과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4세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프랑스에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