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샴페인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 샹동과 메르시에에 포도를 공급하는 농장에서 근무하는 서아프리카와 동유럽 출신 노동자들이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하고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포도원들은 샴페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북부의 도시 에페르네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은 연간 3억병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60억유로(약 9조66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포도원들은 노동여건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지난해 수확철에는 노동자 4명이 일사병으로 사망했고, 포도원 주인을 포함한 4명이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 포도원들은 노동자들에게 숙박시설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거리나 텐트에서 자는 것이 발견됐다. 농장에서는 점심식사로 샌드위치 하나를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인근에서는 먹을거리를 살 곳도 없어서 주민들의 음식을 훔치기도 했다.
에페르네에 위치한 일명 샴페인 애비뉴에는 유명한 샴페인 브랜드들의 사무실이 즐비하다. 이 거리의 지하에는 수천만병의 샴페인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거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포도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잘 곳이 없어 길거리 또는 영화관 입구에서 노숙하고 있다.
포도원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폭우가 내린 후 젖은 매트리스에 누워 잤다"며 "더 빨리 일하라는 압력을 받고 다음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의 급여명세서에 표시된 급여는 프랑스 최저 시급보다 낮았고, 초과 근무수당은 아예 없었다.
프랑스의 법적 최저임금은 공제 후 시간당 9.23유로여서, 하루 일당은 최소 100~110유로를 받아야 한다. 또 주 35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근무 수당으로 시간당 25% 추가되고, 주 43시간 이상이면 50%까지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이곳 노동자들은 1주일에 겨우 200유로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포도원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샴페인 업체들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샴페인 지역의 노동조합 총연합(CGT) 사무총장 호세 블랑코는 "포도는 1kg당 10~12유로에 팔리는데, 포도원은 사람들을 인간이 아닌 기계로 본다"며 "이것은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포도원 주인들이 "아프리카 이주민을 돕고 있다"는 주장에 "자기정당화일뿐"이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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