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ntr/image/2025/02/13/ntr202502130013.598x.0.jpg)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결의안을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결정한 지침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뒤집은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 금융전문지 인베스트먼트뉴스에 따르면 SEC는 바이든 정부에서 ESG 관련 결의안에 대해 주주들이 위임장을 통해서라도 행사하도록 한 14L 지침을 대체하는 14M 지침을 새로 공고했다. 새로운 14M(bulletin, 14M) 지침은 상장기업들이 ESG 관련 안건에 대해 주주들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대의 지침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투자자들과 주주들은 ESG 관련 안건에 관해 위임장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기업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 시절인 지난 2021~2023년 사이에 주주 제안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ESG와 관련된 사안이었고, 이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엑손모빌(ExxonMobil)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소액 투자자가 화석연료 사업다각화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압박하는 바람에 이사회 멤버를 교체한 바 있다. 이후 엑손모빌은 지난해 기후변화 관련 결의안을 제안한 주주 2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SEC의 이같은 조치는 ESG와 관련해 투자 압박을 받는 기업들에겐 희소식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과 주주의 권한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EC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인 캐롤라인 크렌쇼(Caroline Crenshaw) 위원은 "이번 변경은 올해 주주제안 절차가 한창 진행중인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으며,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주주제안이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되는 순간, 주주들이 제안할 수 있는 주제(독소 조항, ESG 문제 등)에 대한 제약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ESG 옹호단체인 "애즈 유 노우(As You Sow)" 소속 변호사 루크 모건(Luke Morgan)은 "기업의 ESG 관련 결의안을 '경영개입(micromanagement)'이라고 판단해 제외하는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by 2050) 목표도 하나의 '타임라인'에 불과하므로 기업들이 이를 ESG 주주결의안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강조했다.
SEC는 이같은 우려에 기업들의 ESG 관련 정책이 회사의 주요 자산(총자산의 5% 이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SG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완전한 ESG 폐지가 아니라, 정치적 레토릭과 시장의 실제 움직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ESG 투자사 '임팩스 어셋 매니저먼트(Impax Asset Management)'그룹의 부사장인 줄리 고어트(Julie Gorte)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기업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지만, 항상 주주결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정책 변경이 기업들의 ESG 이슈에 대한 대화 의지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