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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권고하고,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해 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기업들을 배불리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음료업체인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캔 대신 페트병 사용을 늘릴 수도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퀀시의 이같은 발언은 실적발표 이후 가진 회견에서 트럼프의 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질문에 "알루미늄 캔이 더 비싸지면 페트병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고 답했다.
코카콜라는 올해까지 신재 플라스틱 투입량을 300만톤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알루미늄 대신 플라스틱 사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이다. 플라스틱 감축에 가장 앞장섰던 거대기업 코카콜라가 목표를 슬그머니 낮추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이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는커녕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미국은 알루미늄의 약 80%를 수입하고 있고, 이 규모는 작년 기준 95억달러였다. 대부분 인접한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3월 12일부터 수입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일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산 알루미늄 관세는 50%까지 오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에 25%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한달 유예한 상태기 때문에 추가로 유예되지 않으면 관세가 더블로 부과된다.
이에 코카콜라 CEO는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25% 관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면 힘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내 코카콜라는 연간 100만톤가량의 알루미늄을 수입해 캔 용기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대기업 코카콜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면, 다른 식음료 기업들은 알루미늄에 대한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캔 대신 플라스틱 사용비중을 늘릴 여지가 크다.
알루미늄은 플라스틱보다 비용이 높지만 무한히 재활용이 가능하고 또 재활용이 보편적인 원료 중 하나다. 이에 비하면 플라스틱은 일부 유형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알루미늄보다 재활용률이 낮고 플라스틱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페트병 재활용률은 29.1%,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률은 50.4%였다.
환경보호단체 '플라스틱으로부터의 자유'를 이끄는 엠마 프리스트랜드는 성명에서 "코카콜라의 페트병 사용 확대는 고객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직접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며 알루미늄 캔 비용을 우려한다면 페트병 대신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수립한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뒤집는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종이 빨대 (사용)에 대한 말도 안되는 조 바이든의 방침을 끝내기 위해 다음주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이 빨대 사용을 진보적 정치 구호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석유기업들을 배불리게 하려는 속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미 친(親)화석연료 정책으로 노선을 타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인프라투자일자리법(IIJA)도 손질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내렸던 신규 석유시추금지 조치도 철회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선과정에서 미국 석유 대기업들에게 10억달러의 선거기부금을 요청하면서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환경규제 철회를 약속했는데 최근 플라스틱 사용독려도 이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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