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의 유해성을 부정하면서 관련 규제를 폐지한다.
12일(현지시간) 미 환경보호청(EPA)은 오염 관련 규제를 대규모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9년 미 정부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내린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EPA가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이른바 '위험성 조사결과'(endangerment finding)는 온실가스를 비롯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모든 규제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미국 기후법률의 기반을 흔드는 조치다.
이외에도 EPA는 주요 환경 규정을 비난하는 내용 31건을 발표하며 바이든 전 정부 시절 세워진 석탄발전소 배출량 감축 계획도 뒤집었다. EPA는 자동차 관련 오염 규제도 재검토할 예정으로, 그을음 오염 규제를 약화하고 발전소의 배출물 관리 규제를 폐지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젤딘 EPA 청장은 위험성 조사결과가 "해외 적대국에 이익을 주는 한편 우리 산업, 이동성, 소비자 선택을 억제한다"며 "우리는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꽂고 미국의 황금기를 열고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EPA의 사명이 "자동차 구매, 난방 및 사업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EPA의 움직임은 빈곤층과 소수자들이 직면한 환경 부담을 다루는 모든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을 대량 해고한 직후에 나왔다. 젤딘 청장은 200억달러 규모의 기후보조금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이번 발표가 "공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같은 폐지안이 법원을 통과할 경우 미국의 환경이 산업화 직후 환경오염이 심각하던 때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생물다양성센터의 기후법률연구소 관계자 제이슨 라일랜더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지함은 지구에 대한 악의"라며 "지옥이 오든 홍수가 오든, 맹렬한 화재와 치명적인 더위가 오든, 트럼프와 그의 심복들은 사람들의 생명보다 오염자 이익을 우선하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전 EPA 직원들도 이 같은 전복에 충격을 받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EPA 국장을 지낸 지나 매카시는 "오늘은 EPA 역사상 가장 재앙적인 날"이라며 "이러한 규제를 철회하는 것은 수치스러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다. EPA는 미국인의 건강과 복지를 보호한다는 사명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트럼프는 기후위기를 "사기극"이라고 부르며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기후 광신도"라고 일축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몇 주 내로 환경규제를 추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지난달 대통령이 설립한 에너지 지배위원회가 화석연료산업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철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규제의 20~30%를 쉽게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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