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중국이나 북한처럼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에는 과거 미국 에너지부 산하연구소의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던 시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contractor employee)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가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보고된 시기는 2023년 10월 1일~2024년 3월 31일 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다. 이 직원이 한국으로 가져가려던 정보는 INL이 소유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로 특허정보에 해당한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은 직원의 정부 이메일과 메신저 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 직원이 해당 정보가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직원과 외국 정부간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 정부와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사안은 보고서 제출 당시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국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던 올 1월 에너지부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올렸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리나라 외교부에 한국 연구원들이 DOE 산하 연구소 등에 출장이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명단에 포함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도 있다"고 밝혔다.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DOE의 민감국가 명단에 올라 있다가 1993년 제1차 한미 과기공동위원회에서 한국 측의 시정 요구와 국내외 정세 변동을 계기로 1994년 7월 해제됐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미국 에너지부는 원자력을 비롯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기술을 해당국가와 공유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또 인력교류를 비롯한 공동연구, 프로젝트 참여도 제한할 수 있다. 원자력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과 협력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민감국가 명단이 오는 4월 15일 발효하기 전에 한국을 명단에서 빼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일도 촉박한데다 탄핵정국에서 협상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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