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가 전례없는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전세계 20억 인구가 식량 및 물 부족 위험에 처했다.
20일(현지시간) 유네스코는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5'에서 기후위기로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산지 강설량이 줄어들면서 생태계 및 농업, 수자원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악지역의 식량 생산은 빙하와 눈에 의존한다. 물을 공급하는 빙하가 사라지면 전세계 관개 농업의 3분의 2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0억 인구 이상이 산악지역에 살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절반은 이미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콜로라도 강 유역이 2000년 이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는데, 비는 산에 쌓인 눈보다 더 빨리 흘러내려 가뭄을 악화시킨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빙하의 손실율은 기록상 최악이다. 빙하는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녹아내렸으며 노르웨이, 스웨덴, 스발바르, 열대 안데스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동부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빙하의 80%가 사라졌고, 안데스 산맥의 빙하는 1998년 이후로 30~50%가 녹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의 빙하는 같은 기간 동안 약 40%가 줄었다.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 추세대로 갈 경우 2100년까지 지구 빙하의 절반이 사라진다.
아부 아마니 유네스코 수자원 과학국장은 빙하의 감소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는데, 얼음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남은 어두운 토양이 열을 더 흡수하기 때문이다. 아마니 국장은 "빙하가 녹으면 태양 복사선의 반사율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전체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눈 위에 내리는 비가 늘면서 눈사태도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녹는 빙하와 물이 같이 쏟아져 내리면 계곡이나 경사지 아래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홍수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구동토층을 비롯한 빙하가 녹은 자리 토양에서는 메탄까지 방출된다.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우리가 어디에 살든,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산과 빙하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천연 급수탑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알바로 라리오 국제 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는 산악지역 거주민들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물은 내리막으로 흐르지만 식량불안은 오르막으로 치솟는다. 산은 담수의 60%를 공급하지만, 이 중요한 자원을 보호하는 지역사회는 식량불안에 가장 크게 시달리고 있다"며 "빙하, 강,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의 회복력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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