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가 이번에는 물공급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 티후아나가 콜로라도 강물을 공급해달라는 특별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국무부 라틴아메리카 담당국은 20일(현지시간) 소셜서비스(SNS) 엑스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멕시코 측이 1944년 체결된 물 분배 조약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지역 강물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해 논의해 1944년 관련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매년 서로 강물을 공급했다. 미국은 남서부에 있는 콜로라도 강물을 매년 약 18억5000만입방미터(㎥) 멕시코에 제공하고, 멕시코는 북부에 있는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에서 약 4억3000만㎥의 물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다만 브라보강은 계절에 따라 유량이 워낙 들죽날죽해서 5년치의 할당량을 약 21억6000만㎥으로 정하고, 5년 내 이 할당량을 채우도록 했다. 이렇게 양국이 공급하는 강물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식수를 비롯해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된다.

그런데 멕시코가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변수가 생겨버렸다. 지난해 멕시코는 1월 1일~6월 2일 강우량이 평균 60㎜에 그쳤다. 평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됐다. 게다가 평균온도가 평년보다 3℃가량 오르는 폭염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멕시코는 미국에 보내는 할당량을 제때 채우지 못하고 있다. 5년 단위 물공급 시한이 올해 10월인데, 이번에도 정해진 양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이 물 분배조약을 지키지 못하는 멕시코에게 콜로라도 강물 공급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멕시코가 미국에 강물을 제때 공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0년동안 멕시코는 기후변화와 농경지 확대 등으로 강우량은 줄어드는데 물사용은 늘면서 물부족에 시달렸다. 멕시코 정부는 물 공급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양해를 구해왔는데, 공급받는 물보다 공급하는 물이 더 많은 미국 입장에서는 멕시코의 공급 지연이 탐탁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연방정부가 멕시코를 강해 강도높은 압박을 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텍사스 농부들은 멕시코의 조약 불이행으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들도 일제히 멕시코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물 분배조약을 파기하거나 국경봉쇄같은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빌미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멕시코는 관세전쟁에 이어 물전쟁까지 벌이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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