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하고 동결하고...트럼프, 100일간 환경규제 145건 풀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2 18:26:25
  • -
  • +
  • 인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동안 145건에 달하는 기후·환경 관련 규정을 폐지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환경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자 시행한 행정명령이 총 145건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1월 20일 취임한 이후 하루에 하나 이상의 규정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 기관 메모 및 기타 정책 변화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행된 녹색정책을 폐기하고, 기후지출을 동결하고,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켰으며, 자동차, 트럭 및 발전소에 대한 오염 기준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북극을 포함한 광활한 토지가 신규 석유·가스 시추구역으로 지정됐고, 해양보호구역에서 상업 어업이 진행될 예정이며, 미국 국유림의 절반이 이제 목재 생산을 위해 벌채될 수 있다. 멸종위기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은 대폭 축소될 예정이며, 보호대상인 국립기념물도 축소될 예정이다.

또 트럼프의 행보는 그의 대선 캠페인에 거액을 기부한 화석연료 산업을 노골적으로 편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수은 등의 유해물질 배출 규제와 파이프라인 안전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트럼프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석탄산업의 부활을 명령하고, 수십 개의 석탄발전소를 청정 공기 규정에서 면제하고 가스 수출을 재개하는 한편, 새로운 태양광 프로젝트와 풍력 터빈의 승인을 차단했다. 그는 이를 "못생기고 역겹다"고 표현했다.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를 최대한 많이 "시추하고, 시추하고, 또 시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행정부는 미국 전역에서 화석연료와 기타 광물 채굴을 촉구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태평양 해저 채굴을 허용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을 종식시키고, 유해한 규제를 철폐하고, 해상 굴착을 재개하고, 조 바이든의 작년 재앙적인 금지령 이후 최초의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등 전례없는 수준으로 미국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분석가들은 미국이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있으며, 소비량을 초과해 생산하고 있어 세계 최대의 화석 연료 수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활동가들은 트럼프의 움직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산하 기후법연구소의 법률책임자인 제이슨 라일랜더는 "미국 대통령이 과학에 이토록 적대적이고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에 이토록 집착한 적은 없었다"며 "트럼프가 인류와 지구를 위한 보호에 가하는 공격의 범위와 규모는 그야말로 숨막힐 정도"라고 비판했다.

석유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마이크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최고경영자는 "유권자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미국 에너지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전달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그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협회가 공표한 여러 우선순위를 준수한 것을 칭찬했다.

행정명령의 대부분은 완료되지 못하고 법적 다툼과 추가 제정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롤백 속도는 트럼프의 첫 임기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첫 미국 대통령 임기 동안 약 110개의 환경규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마이클 버거 미국 컬럼비아대학 기후법 전문가는 "이번 행정부의 규제 완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들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간소화된 절차로 일을 처리하고, 심지어 법까지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트럼프는 포괄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최소 25개의 에너지·환경 관련 법률이 명시적으로 갱신되지 않는 한 내년에 만료되도록 요구했는데, 이는 주의 독립성과 행정권에 대한 견제라는 규범을 무시하고 있어 우익이 장악한 대법원에서도 심각한 법적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버거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소송 대부분에서 패소하고 있다"며 "대법원까지 갈 것도 없이, 지방법원과 항소법원 차원에서 행정부의 절차 미준수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현 미국 행정부가 하는 일은 불법이므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패배"라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스템이 붕괴되어 한 사람의 의지에 굴복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헌법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의 속도는 3월 12일 단 하루 만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은 2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오염 기준을 개정하고, 심지어 온실가스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재고하기 위한 31개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기준은 미국 기후규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발견으로, 리 젤딘 EPA 청장은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꽂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밖에도 트럼프는 연방 정부기관에서 종이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샤워기 수압이 너무 약하다며 변기와 샤워기에 대한 연방 정부의 물 효율 규정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표준 공개 의견 수렴기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행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려 법적 테두리까지 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리 젠크스 미국 하버드대학 환경법 전문가는 규제완화 시도와 더불어 새로운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직원들이 대규모 해고되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여름은 각 기관들이 행정명령 이행 방안을 문서화하는 데 매우 바쁠 것"이라며 "전문성이 부족해져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과 법원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버거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 동안 자행된 환경 공격이 남은 임기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규제 시스템과 민주주의에 대한 압력은 지속될 뿐만 아니라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환경 보호는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오염 증가로 인한 공중 보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컬럼비아 로스쿨, 하버드 로스쿨 그리고 미 행정부의 발표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기후/환경

+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최초 10MW 해상풍력 국제인증 획득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10메가와트(MW) 해상풍력발전기가 국제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형식인증을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국

햇빛 이용해 탄소배출 없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 시스템을 활용해 폐수 속 오염물질을 고부가가치 에너지원인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

기후변화로 美 북동부 폭풍 '노이스터' 위력 17% 증가

지구온난화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폭풍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940년 이후 올

해변을 지켜야 vs 해변가 집을 지켜야...해수면 상승으로 '딜레마'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국 곳곳의 해변이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6세기 로마법에 뿌리를 둔 '공공신탁' 개념이 다시 주목

맥주병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플라스틱병보다 많은 이유

유리병에서 플라스틱병보다 50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프랑스 식품환경산업안전보건청(ANSES)은 생수, 콜라, 맥주, 와인이 담긴 플라스틱병과

'동토의 북극' 옛말되나?...겨울에 물웅덩이 생기고 새싹 돋아

한겨울에 눈이 뒤덮여있어야 할 북극에서 물웅덩이가 생기고 눈이 녹은 땅위에서 새싹이 돋는 희귀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학자들은 북극의 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