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세를 받고 있는 미국 하와이주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관광객들에게 '기후세'까지 거둘 예정이다.
하와이주 의회는 환경보호와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주 숙박세를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6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법은 호텔 객실, 타임쉐어(휴양 시설 공동 소유), 휴가용 렌탈 및 기타 단기 숙박시설 이용 등에 매겨진 세금을 0.75% 인상하는 내용이다. 또 크루즈 요금에 11%의 세금을 부과한다.
하와이는 이미 단기 숙박시설에 10.25%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이 숙박세가 11%로 인상되는 것이다. 각 카운티가 부과하는 3%의 별도 숙박세와 7.712%의 일반 소비세를 합하면 하와이 관광객이 내야 하는 세금은 총 18.712%까지 상승한다.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른바 '녹색 요금' 신설을 지지하면서 성명을 통해 "내가 서명하려는 이 법은 미국 최초의 법이자 우리의 '아이나'(땅)를 보호하려는 세대의 약속을 뜻한다"며 "하와이는 진정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의회는 이번 세금 인상으로 약 1억달러(약 1400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자금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된 와이키키 해변의 모래를 보강하고, 허리케인이 닥칠 때 지붕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 설치를 지원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또 2023년 발생한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연성 수풀을 제거하는 데에도 사용될 계획이다.
이번 하와이 숙박세 인상안은 환경보호와 기후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미국 내 첫 '기후세'라는 평이다. 몰디브,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는 이미 관광객에게 기후세를 징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2023년부터 지역 문화와 환경을 보호할 명목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세금을 걷고 있고, 그리스는 지난해 3월부터 호텔과 숙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으로부터 기후 부담금을 받고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후세는 관광지로 향하는 발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기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기후세의 의미를 전달하면 오히려 관광객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인상폭은 굉장히 적은 편, 좋은 환경 정책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완벽하고 깨끗하게 만드는데 투자할수록 하와이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 세금은 하와이의 아이들, 주민들, 방문객에게 안전한 하와이를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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