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도 못하고 소각장은 부족...폐비닐도 종량제도 내년부터 어쩌나?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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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기획]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의 민낯⑤
분리배출 효용성 위해 '물질 재활용' 인프라 구축해야


서울과 수도권은 올연말까지 남은 6개월동안 생활폐기물을 담은 종량제 봉투를 소각하는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날지도 모른다. 내년부터 땅에 매립하는 것은 금지됐고, 태워버릴 수 있는 소각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종량제 쓰레기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섣불리 제도를 마련하면서 빚어지는 문제다. 

폐비닐 분리배출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분리배출을 하도록 결정했다면, 분리배출한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로드맵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폐비닐을 열회수하는 방식을 재활용으로 분류하고 소각장을 만드는데만 몰두했다. 선진국들처럼 폐비닐을 '물질 재활용'할 수 있는 후속제도를 마련한다거나 재활용 시설을 갖추도록 하지도 않았다. 

물질 재활용은 폐기물을 다시 새 상품으로 만들거나,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은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가 100%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2040년까지 식품·화장품·의약품 등과 직접 닿지 않는 비접촉 포장재는 재생원료가 65% 이상 함유돼 있어야 한다. 식품 포장에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등 비닐 포장재는 재생원료 함유율이 25%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수병으로 사용되는 페트 재질에 대해서만 2026년부터 10% 이상, 2030년에는 30%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올 2월 이같은 내용을 입법예고하면서 페트병 외에 화장품 용기 등 재생원료 사용이 가능한 품목을 찾아내고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유럽처럼 비닐 포장재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규정은 전혀 없다.

유일하게 비닐 재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여러 겹의 복합재질의 비닐에 대해서는 재활용분담금을 가중하고 있지만 1kg당 고작 400~500원을 더 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장 재질을 바꾸거나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재활용분담금을 내는 것이 더 저렴한 셈이다.

중앙정부가 폐비닐 재활용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는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비닐을 물질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도 제대로 없고, 비닐 재생원료를 구매하는 곳도 없다보니 사실상 모두 소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각처리해야 할 폐기물이 늘어나다보니 지자체별로 소각장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소각장을 확충하지도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31년 가동을 목표로 마포구에 소각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법원이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서울시는 항소한 상태다. 내년부터 당장 수도권에서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매립할 수 없는데 소각장은 언제 확보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승소한다고 해도 최소한 2~3년이 걸린다. 서울시가 연말까지 소각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쓰레기 대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고양시도 지역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지난해 소각장 건립을 포기했다. 이에 고양시는 자체 소각장을 건립하는 대신 파주시와 김포시에서 짓고 있는 소각장 건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파주와 김포 시민들은 광역소각시설이 아니라 단독시설로 설치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을 유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유예되더라도 '소각' 위주의 폐기물 처리방식을 고수한다면 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재생원료 의무화 등을 통해 '물질 재활용' 시장을 활성화하고 재활용 중심으로 자원순환 정책을 펼쳐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올 8월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물질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는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유통·수입·수출량을 감소시킬 의무를 각 당사국에 부과하고, 각 당사국은 최소한의 재생원료 함량을 포함한 플라스틱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내용이 올해 플라스틱 협약에서 법적 의무로 채택되면 각국은 그 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정부가 분리배출만 강조하다보니 '쓰레기 대란'과 함께 준비되지 않은 채로 플라스틱 협약을 마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린피스는 "포장재 시스템을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쓰레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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