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초부터 이어진 해양폭염으로 호주 전역의 산호초가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산호 감소가 확인됐다.
호주해양과학연구소(AIMS)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4개 산호초를 조사했는데, 북부에서 남부 산호군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백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3월 당시에도 호주해양보호협회는 타운즈빌에서 케이프요크에 이르는 1000km 해역과 서부 닝갈루 리프 전체에서 산호가 하얗게 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초 기록적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2016년 이후 여섯번째 대규모 백화가 일어났다. 산호는 서식 수온보다 1℃ 높으면 2개월, 2℃ 높으면 1개월만에 폐사에 이를 수 있다. 올해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는 역대 가장 넓고 강한 백화가 관측됐다.
산호 감소를 유발하는 또다른 요인으로는 열대성 태풍, 불가사리 떼 등이 지목됐다. 하지만 AIMS는 "기후변화로 인한 열스트레스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산호의 회복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어,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 전환점에 다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열에 가장 민감한 아크로포라(Acropora) 산호가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AIMS 마이크 엠슬리 박사는 "이 산호들은 가장 빠르게 자라고, 가장 먼저 사라진다"고 밝혔다. 3월 당시에도 에밀리 하웰스 서던크로스대학 박사는 "이미 열에 민감한 산호는 다 죽었기 때문에 올해 사망률이 낮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회복불능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중부 산호초에서는 일부 회복 조짐도 보였다. 호주 정부는 산호를 갉아먹는 불가사리를 제거하기 위해 초산과 소담즙을 주입해 5만마리를 없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중부 해역에서는 잠재적 불가사리 확산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길이 2300k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 군락지로, 지구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이곳에 서식한다. 하지만 올초 서부의 닝갈루 리프까지 백화되면서, 호주 전역의 주요 산호초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변색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자연기금(WWF) 호주지부의 리처드 렉은 "이 생태계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라며 "이미 회복 불가능한 지역도 있는 만큼, 대규모 기후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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