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가뭄인데 속초는 괜찮고 강릉은 물부족...왜?

박진영 기자 / 기사승인 : 2025-09-01 18: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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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드러낸 강릉의 상수원 '오봉저수지'(사진=연합뉴스)


강릉은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를 할 정도로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는 반면 인근 속초는 안정적인 급수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생존력을 가르는 요인이 결국 '물 관리'라는 사실이 가뭄을 겪고 있는 두 도시의 모습에서 드러났다.

현재 '재난사태'가 발령된 강릉의 가뭄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시민들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고 있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4.6%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에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동원된 70여대의 소방차들이 쉴새없이 정수장으로 물을 퍼나르고 있는 중이다. 기상청은 9월까지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강릉의 가뭄 해소는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강릉 위쪽에 위치한 속초는 전혀 물난리를 겪지 않고 있다. 강릉과 마찬가지로 속초 역시 올해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속초의 올해 강수량은 509.5㎜이고, 강릉은 404.2㎜ 내렸다. 두 도시 모두 백두대간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비구름대가 태백산맥을 넘기전에 몽땅 비로 쏟아버리고 건조한 대기가 유입되는 곳이다. 여기에 태백산맥에서 해안선까지 경사가 급하고 하천 길이가 짧다보니 물을 오래 머물 수 없는 지형이다. 

속초 역시 마찬가지다. 지형적 특성상 가뭄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속초는 무려 8차례나 제한급수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속초는 이 시기 이후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제한급수를 실시한 적이 없다. 심지어 강릉에서 계량기를 50% 잠그는 제한급수를 실시하던 지난 8월 23일에 속초는 약 300톤의 물을 소비하는 워터밤도 개최했다.

비슷한 지역인데 왜 이런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해답은 속초의 물관리 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속초 쌍천 지하댐(사진=연합뉴스 TV)


속초시는 고질적인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공급 대책을 다각적으로 마련했다. 우선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는 지하수를 저장할 수 있는 지하댐을 건설하는데 이어, 지하암반까지 뚫어 지하수를 확보했다. 

1일 속초시 상수도사업소 급수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2021년 쌍천 하류지역에 63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제2 지하댐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제1 지하댐은 1998년에 건설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해 추가 건설한 것이다. 이어 속초시 관계자는 "비상취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암반 15곳을 뚫어 하루 2만3300톤의 지하수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속초시는 낡은 상수관 교체를 통해 물이 유실되는 것도 막았다. 속초시 관계자는 "2019년 착수해 지난해 준공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상수관로를 26개의 소블록으로 나누는 블록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심 일원 노후 관로 25km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19년 59.3%이었던 유수율은 92.4%까지 상승하면서 연간 130만톤의 물이 새는 것을 막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속초시는 학사평 정수장에 물이 부족해지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축산도수관로사업'을 통해 쌍천에서 취수한 원수를 학사평 정수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상수도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3500톤의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이처럼 속초가 물 부족에 대비해 취수원을 다각화시킨 것에 비해, 강릉은 지금까지 오봉저수지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오봉저수지는 18만명에 이르는 강릉 시민들의 생활용수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봉저수지가 바닥이 나면 강릉 시민들은 물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마다 물부족에 시달리는데 강릉시는 수년째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관했던 것이 오늘의 사태를 빚었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강릉시는 식수까지 부족한 사태에 이르자, 하류의 물을 저수지로 끌어올리는 관로공사를 진행하는 등의 임시방편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까지 나서서 대책마련을 지시하고 있다. 또 오봉저수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강릉 인근에 있는 도암댐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암댐은 지난 1990년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송천에 건설된 유역변경식 수력발전 댐으로, 수질오염 문제로 2001년 3월부터 남대천으로 방류가 중단됐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시민들에게 2리터 생수를 배부하는 한편 숙박시설 운영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1일 김홍규 강릉시장은 가뭄대응비상대책 2차 기자회견에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시간제 급수나 격일제 급수 공급을 검토하겠다"면서 "의료시설 등 필수시설에는 생활용수를 예외없이 공급하고 살수차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속초처럼 노후된 상수관을 교체하는 사업도 조속히 마무리해 누수율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여름 우리나라는 유난히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이상날씨를 보였다. 특히 서쪽은 집중호우로 많은 비 피해가 발생한 반면 동쪽은 비가 오지 않는 극과극 날씨 패턴을 보였다. 기후변화로 이같은 이상날씨 패턴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기후대책을 철저하게 대비한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속초와 강릉과 같은 극과극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강릉의 물부족 사태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인재'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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