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합성섬유 소재의 폐이불과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등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유로 자원화하는 합작법인을 중국에 설립한다. 국내 화학기업이 해중합 기술 기반으로 폐플라스틱 원료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곳은 SK케미칼이 최초다.
SK케미칼은 중국 산시성의 플라스틱 재활용 전문기업 커린러(Kelinle)와 공동으로 폐플라스틱을 원료화하기 위해 가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리사이클 원료혁신센터(Feedstock Innovation Center, 이하 FIC)'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10일 밝혔다.
FIC는 페트병을 원료로 하는 물리적 재활용 업체와 달리, 폐이불과 페트병 분쇄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입자(미분)를 화학적 재활용의 원료로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재활용이 불가능해 소각·매립하는 폐이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매년 전세계에서 버려지는 침구류는 460만톤 규모에 이르지만 재활용률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폐이불 등은 투명페트병에 비해 수급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이를 다시 원료화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상용화 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SK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해중합 기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섬유, 솜, 유색페트병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의 자원화가 가능하다.
해중합 기반 재활용 공정은 폐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파쇄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과 달리, 버려진 폐기물을 분자 단위까지 되돌리기 때문에 품질저하 없이 반복 재활용이 가능하며, 위생적 문제에서도 물리적 재활용보다 우수하다. 다만, 생산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이유로 '재활용'으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FIC는 커린러가 보유하고 있는 중국 산시성 웨이난시의 유휴부지 4000평에 건설될 예정이다. 중국 커린러는 현지에서 10년간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영위해온 기업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료를 조달하고 SK케미칼의 기술력으로 '전처리 후 재활용' 원료인 페트(PET) 펠릿을 생산한다. FIC는 초기 약 1만6000톤의 재활용 원료생산 규모로 시작되지만, 이후 연간 3만2000톤 규모로 확충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료 대부분은 SK산터우에 공급된다.
통상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업체들은 폐플라스틱 피드스탁(Feedstock)을 외부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때문에 수급상황이나 시황 등에 따라 가격변동성과 공급 불안정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글로벌 규제 강화 등으로 폐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상승과 수급 불안정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자체 폐플라스틱 수급체계 구축은 원료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원가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FIC에서 주로 다룰 원료는 기존에 재활용 원료로 쓰기 어려워 소각되던 것으로,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페트병 대비 저가로 수급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FIC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순환 재활용 사업에 필요한 원료 공급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폐플라스틱 원자재 비용을 약 20%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SK케미칼은 지난 2023년 중국 산터우에 화학적 재활용 기반 생산법인을 설립해 r-BHET와 CR-PET를 상업 생산하는 글로벌 순환 재활용 거점을 마련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울산공장에 RIC(Recycle Innovation Center)를 구축해 해중합 파일럿과 코폴리에스터 생산을 연계하는 연구–생산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동시에 현수막·폐섬유 등 섬유분야 해중합·재중합 기술을 축적해 순환 재활용 밸류체인을 고도화한데 이어, 이번에 FIC까지 건설하면서 재활용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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