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발열체로 아연도금 강판을 열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금속 열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융합시스템연구단 이후경 박사팀은 자동차, 가전제품에 쓰이는 아연도금 강판 제조공정 중 금속의 열처리 공정을 화석연료 대신 전기로 가동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삼우에코와 함께 실증을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개발된 기술은 철강을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두루 적용할 수 있어 산업 공정의 탄소저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아연도금 강판은 철판을 연속으로 흘려보내며 아연을 입히는 '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CGL, Continuous Galvanizing Line)' 공정을 통해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강판이 잘 구부러지고 쉽게 가공되도록 금속을 가열하고 식히는 '소둔' 과정을 거친다.
'소둔로'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워 열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배출된다. 실제로 아연 제조 공정을 포함한 철강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5%에 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기존 연소식 소둔로의 버너 대신 전기 발열체를 적용한 '무탄소 소둔시스템'을 개발했다. 실제 공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이 시스템을 테스트한 결과,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농도가 98% 이상 줄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은 가열로 설계기술이다. 기존 연소식 소둔로의 내화구조와 강판 이동장치는 그대로 두고, 버너 대신 전기 발열체를 상·하부에 배치한 것이다. 또 발열체와 강판간의 거리를 정밀하게 설계해 고온의 복사열로 강판을 빠르고 균일하게 가열하면서 벽면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었다. 개발한 시스템을 적용해 두께 0.49밀리미터(mm)의 강판을 750℃ 환경에서 소둔한 결과, 강판 색상과 조직, 기계적 특성 모두 연소식 소둔로와 동등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특히 전기식 소둔로는 연소식에 들어가는 연료·공기 공급 시스템, 버너, 배기 시스템 없이 운전할 수 있어, 설비 투자비와 설치 규모를 약 40% 줄일 수 있다. 이를 풍력,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 전력으로 운영하면 진정한 '무탄소 열처리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어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경 박사는 "이번 실증은 버너를 전기 발열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무탄소 가열을 구현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강판 폭·두께·이송 속도에 따라 최적의 발열체 배열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설계·운전 기술로 확장해, 국내 철강사의 상업용 설비 실증과 수출까지 연결되는 '수출형 무탄소 가열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산업통상부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및 열공학 분야 권위지인 어플라이드 써멀 엔지니어링에 2025년 9월 1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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