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화석연료 기업에서 손을 뗐다"고 공개 선언한지 5년이 지났지만, 게이츠재단은 여전히 석유·가스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셰브론, BP, 셸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에 게이츠재단이 투자한 규모는 2억5400만달러(약 3400억원)에 달했다. 투자금액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1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2000년 빌 게이츠가 아내였던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설립한 게이츠재단은 현재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자선재단으로, 보건·빈곤 완화·교육·기후 적응 등을 주요 활동 분야로 삼고 있다.
하지만 2013년 당시 게이츠재단신탁의 화석연료 투자규모는 14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2015년 종교계·기후운동가·학생 단체들은 재단을 상대로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촉구했다.
이후 재단은 BP 주식 1억8700만달러어치와 엑손모빌 8억2400만달러어치를 포함해 상당한 규모의 화석연료 자산을 정리했다. 그 결과 화석연료 채굴 기업 투자액은 2015년 2억6000만달러까지 줄었다.
빌 게이츠는 같은 해 발표한 글에서 "단기 수익을 좇는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탄소없는 에너지전환이 불가능하다"며 정부 주도의 탈탄소 투자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게이츠재단의 화석연료 투자액은 다시 슬슬 늘었다. 글렌코어 투자액은 2015년 570만달러에서 2024년 1410만달러, BP는 870만달러에서 2420만달러,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2만달러 수준에서 790만달러로 늘었다. 일부는 주가 상승 효과이지만, 투자 규모 자체가 확대된 사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2020년말 게이츠재단의 화석연료 투자액이 1억3300만달러까지 줄었지만 이 또한 잠시뿐이었다. 일본 석유·가스 기업 '인펙스'에 투자한 금액은 2020년 2000만달러에서 2024년 1억3900만달러로 약 7배 늘었다.
재단이 투자하고 있는 BP와 에퀴노르는 모두 지난해 그린워싱 의혹으로 주주 반란을 겪었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역시 탄소포집을 홍보하면서도,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유전 증산(EOR)에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게이츠는 2021년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왜 우리가 비판의 대상이 됐는지 이해했고, 활동가들의 열정도 존중했다"면서도 "투자 철회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가디언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재단이 투자한 화석연료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하면 러시아·일본·독일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2024년에도 재단의 화석연료 투자규모는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게이츠가 '배출 감축 중심에서 빈곤·고통 완화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시점과 겹친다.
이번 분석은 게이츠재단이 공개한 미 국세청 990-PF 서류를 토대로 이뤄졌으며, 직접적인 화석연료 채굴기업(업스트림)만을 대상으로 했다. 시추 장비·파이프라인·정유 기업, 화석연료 관련 펀드 등은 제외됐다는 점에서, 간접 투자까지 포함할 경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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