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①] 韓 에너지 자립도 15%...재생에너지 확대가 해법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1 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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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도 높이자(상)]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인프라 개편이 시급
(출처=모션엘리먼츠)


중동 전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시장의 취약성이 다시한번 드러나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국제 에너지 시장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던 국제유가는 10일(현지시간) 종전 기대감에 배럴당 80달러까지 내려갔지만, 가격 변동성은 여전한 상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물류망이 막힌 걸프 국가들은 석유를 저장하고 있는데 이 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현재 감산에 들어간 데다, 석유기지와 석유탱크들이 무차별 폭격을 맞으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전쟁이 빨리 끝나면 유가는 진정되겠지만, 장기화된다면 전세계가 '오일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원유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는 208일분이 비축돼 있다고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기름값이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전반의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는 비상대책회의를 열어가며 물가를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뿐, 화석연료 의존성을 탈피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없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커진 상황을 언급하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도가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약 90% 수준이다. 이는 일본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 88%보다 높다. 2024년 석유·가스 수입액은 160조원에 달했다. 특히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어 중동 정세 불안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원유의 7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18%는 현재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왔던 터라, 에너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동에 집중돼 있는 석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면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전력 소비는 약 600테라와트시(TWh)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25년 기준 10% 정도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인데, 이는 현재 일본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약 22%, 미국 약 23%, 중국 약 30%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설비는 현재 약 32GW, 풍력은 약 2GW 정도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약 100기가와트(GW)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앞으로 4년동안 3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재생에너지 생산구조에서는 무턱대고 늘릴 방법이 없다. 태양광 발전은 전남과 전북 등 호남지역에 집중돼 있고, 풍력 발전은 동해안과 서해안 등 해안지역에 집중돼 있어서, 전력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수도권으로 전기를 실어나를 송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현황 및 2030년 목표 ©newstree

송전망은 구축하는데 5~10년이 걸린다. 2036년까지의 전력수급계획이 담긴 10차 전기본에서도 송전망 확충 방향이 제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구축 계획이나 실행 일정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038년까지 계획이 담긴 11차 전기본에서도 송전망 확충 계획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현재로선 재생에너지 전환속도를 높이려고 해도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본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조차 쉽지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8년까지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올해 하반기 발표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은 기간이 4년 정도에 불과한 만큼 신규 송전망 건설만으로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의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에서 신규 송전망 건설로는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유연접속 허가 제도다. 이는 전력망 여유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발전사업자의 계통 접속을 허용하되, 전력망이 혼잡할 경우 해당 발전소의 출력이 우선적으로 제어되는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관계자는 "현재 일부 사업자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프라 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송전망 확충방안으로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 건설, 해상풍력 전력망 구축, 지역 분산형 전원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지역과 수도권 수요 지역을 연결하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구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송전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기 생산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구조로 전력시장이 재편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 대통령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속도를 주문하면서 '지산지소'를 언급했다. 재생에너지가 몰려있는 전라권에 데이터센터나 전력 다소비 산업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새만금에 약 9조원을 투자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의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약속한 영향도 컸다.

'분산에너지'도 재생에너지 확대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분산에너지는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태양광과 소형풍력 등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인근 지역에서 소비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는 전남, 제주, 부산, 경기 등 4개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선정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모델을 발굴하고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송전망이 필요없는 분산에너지는 IT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배전망 혁신을 꾀하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출력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은 필수다.

전문가들은 결국 재생에너지 전환의 성패가 발전 설비 확대보다 전력을 소비지로 보내는 전력망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확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기후솔루션 김준호 수석자문위원은 "최근 5년 사이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반복되면서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적금융이 해외 화석연료 인프라에 집중되기보다 국내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기반 확충에 더 우선적으로 투자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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