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기술 활용 가상 런웨이와 모델 등장하는 '패션쇼'도 개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아르마니다. 당초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진행할 계획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행사 당일인 올 2월 23일 온라인으로 패션쇼를 진행했다. 뒤어어 샤넬이 올 3월 3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2020 가을·겨울 여성 기성복 컬렉션' 쇼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내 패션계도 덮쳤다. 패션업계는 1년동안 애써 준비한 신상품들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 온라인으로 하나둘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헤지스와 닥스, 휠라, 질스튜어트, 지오다노 등은 G마켓과 옥션을 통해 신상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해당 브랜드들은 행사가 진행된 9월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61%나 껑충 뛰는 결과물을 얻었다.
그러자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신상 쇼케이스에서 단독기획상품을 선보이는 등 영역을 좀 더 확장한 쇼케이스를 온라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아디다스와 에잇세컨즈가 첫 주자다.
8일 이주철 이베이코리아 서플라이 매니지먼트 부문장은 "오는 13일까지 아디다스와 에잇세컨즈 신상품과 단독기획상품을 선보인다"면서 "안방에서 편안하게 브랜드 신상을 구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쇼케이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면서 "차별화된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내년에도 온라인 쇼케이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온라인을 통한 쇼케이스나 패션쇼가 열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패션업계는 수많은 바이어와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새로운 제품을 패션쇼를 통해 선보이는 것을 오랜 전통으로 여기는 탓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세계 유수의 패션쇼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신상을 소개할 통로가 막혀버린 패션업계는 그 대안으로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이 패션업계에게 의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 패션쇼는 참가자가 제한되지만 온라인 패션쇼는 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유통망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케이스가 구매로 직결되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까지 거두자, 패션업계는 '온라인'을 홍보와 유통창구로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 브랜드 모스키노는 관중도 모델도 없는 온라인 패션쇼를 열었다. 2021년 봄/여름 컬렉션을 출시하면서 관중과 모델을 인형으로 대체한 것이다. 모스키노는 1945년 전쟁 직후 공급부족으로 불가피하게 미니어처 드레스를 제작했던 테아트르 드 라 모드(Théâtre de la Mode) 전시에 착안했다. 테아트르 드 라 모드는 전후 프랑스 패션 산업의 부활을 위해 기획된 순회 전시다. 미니어처 드레스는 실제 사람 1/3 크기의 마네킹에 입혀 유럽과 미국을 순회했다.
그런가하면, 국내 가상패션기업 CLO는 패션쇼 런웨이를 3D 프로그램으로 실사화했다. 터키 브랜드 니야지 에르도간은 이 기술을 빌려 가상현실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메르세데스-벤츠 패션위크 이스탄불에서 열린 '니야지 에르도간의 2021 봄/여름 컬렉션 쇼케이스'에서 CLO가 구현한 가상 런웨이 위에서 3D로 제작된 패션모델이 신상품을 입고 워킹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위기가 때로 혁신의 계기가 된다고 했던가. 팬데믹 상황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 패션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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