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인지능력과 집행기능 저하속도는 남성보다 빨라
알츠하이머 치매는 진단되는 시점과 진행 속도가 남녀 간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 의대 내과 전문의 데버러 레빈 박사 연구팀은 치매 진단은 여성이 남성보다 늦지만 일단 발생하면 진행 속도는 남성보다 빠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71년부터 2017년까지 남녀 2만6088명(남성 1만1775명, 여성 1만4313명)을 대상으로 평균 7.9년에 걸쳐 진행된 5건의 연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전반적인 인지능력(global cognition)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기억력 테스트를 시행했다. 첫 테스트 때 이들 남녀의 평균 연령은 58세였다.
테스트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인지능력, 집행기능, 기억력이 남성보다 좋았다. 그러나 전반적인 인지능력과 집행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빨랐다. 다만 기억력의 저하 속도는 남성과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에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지만 일단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남성보다 빠르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여성은 인지기능 저하 진단 시기가 늦거나 지연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 예비능이란 뇌의 노화를 대비해 평소에는 사용되지 않는 뇌의 대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뇌의 비상 에너지인 것이다.
여성은 뇌의 비상 에너지가 남성보다 많기 때문에 치매 초기의 인지기능 테스트에서는 남성보다 성적이 괜찮게 나올 수 있음을 이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남녀 간 이러한 차이는 성호르몬, 뇌의 구조적 발달, 유전자, 사회심리적 요인(psychosocial factor), 생활 습관, 뇌의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 뇌 병리학(brain pathology)에서 오는 차이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마운트 시나이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샘 갠디 박사는 "이유는 어찌 됐든 인지 예비능에는 '절벽'(cognitive reserve cliff)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이는 '생리학적 고정점'(physiological set point) 이론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각각의 개인이 지니고 있는 신체 기관은 나름대로 그 기능의 고정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 신체 기관의 기능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상 메커니즘(compensatory mechanism)에 의해 최적의(optimal) 고정점을 유지하다가 보상 메커니즘이 소진되면 급속하게 곤두박질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정점이란 이를테면 우리 몸이 일정한 체중, 체온, 전해질 농도 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하기도 한다.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Association)의 레베카 에델마이어 연구실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연구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지난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인지기능 테스트는 손상된 기능과 손상되지 않은 기능을 구분할 수 있도록 민감성을 높이고 남녀 간 테스트 평가의 경계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실렸다.
한편, 2018년 77만여명이던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2020년 86만여명으로, 2년 새 1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