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닝아웃' 소비시대...ESG경영 '윤리경영·소비자·주주' 3박자 맞아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9 09: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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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개념, 지배구조→윤리경영으로 확대
주주가 바뀌어야 ESG 경영가치 실현할 수 있어

최근 기업환경이 달리는 쌍두마차처럼 정신없다. 소비자와 주주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마차를 이끌고 달려나가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고삐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위태로운 형국이다. 마차가 뒤집어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이정표로 삼아야 할까?

ESG에서 'G'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뜻한다. 흔히 '지배구조'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기업들은 베트남전 네이팜탄 제조, 흑인 고용 차별, 독·과점, 공해 등 여러 사회 문제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직면했다. 이때 '거버넌스'는 기업이 사회에 속한 하나의 구성원임을 직시하고 그 역할과 위치를 재고해 '윤리경영'을 실천하라는 의미에서 쓰였다.

하지만 점차 대리인 문제, 회계부정 등 주주와 경영자 사이 갈등이 부각되면서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전제로 '투자가 관점의 윤리경영'이 대두했다. 결국 '거버넌스'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해당사자간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미로 축소됐다.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90년대 '지배구조 원칙'을 작성하면서 '거버넌스'는 국제적으로 '지배구조'를 뜻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들어 '거버넌스'가 본래의 의미로 돌아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본래 거버넌스가 뜻하던 '윤리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주들 역시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한 기업들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주주가치'의 범위를 금전적 이익을 넘어 사회적인 부분까지 확대했다.

2020년 소비자 원동력을 조사한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최근 주목할만한 요소로 '마이크로 모먼츠'(micro-moments)와 '마이크로 니즈'(micro-needs)를 뽑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상거래가 더욱 활성화됐고, 소비자들은 모바일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순간순간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세부적인 기호에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80%가 넘는 소비자들이 '가성비'와 '의미'를 추구하고, '브랜드'와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자는 20%가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와 '의미' 추구는 공유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공유경제는 책임지지 못할 소비를 조장하지 않고, 좋은 목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싼값에 나눠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유형별 소비자 비율 (출처=IBM 기업가치연구소)


특히 MZ세대에게서 이러한 요소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데, 이들은 소비를 통해 개인의 기호나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최근 '돈쭐을 내다', '바이콧'(buy-cott·보이콧의 반의어), '미닝아웃'(소비를 통해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 등의 용어가 유행하는 현상이 그 방증이다. 일례로 GS25가 2월말 출시한 친환경 무라벨 생수는 출시 시점 대비 한달만에 매출이 472.1% 상승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변화 탓에 투자자들은 ESG 경영이 단순히 도의적인 차원을 넘어 돈이 된다는 입장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CEO 바에어 페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강력한 ESG 기준을 갖춘 회사들이 실적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산을 거머쥔 대형 연금운용사의 경우 장기채무를 상환받기 위해서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법리적 해석도 주주충실의무가 단순 '이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ESG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8년 스웨덴 국회는 연금 기금으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투자에 모범을 보일 것을 주문했으며,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 정책실장 윌 마틴데일은 "ESG 사안을 포함하지 못한다면 주주충실의무 실패다"라고 못박아 버렸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ESG 경영을 이행할 수 있는지, 또 소비자들이 어떤 근거로 ESG 기업과 제품들을 판단할 수 있는지 헤아리는 지표를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범위가 넓은 ESG를 어떻게 개량화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지표와,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성장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밝힐 수 있는 실질적 지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표준'과 'SASB(지속가능회계기준)'가 서로를 보완하며 널리 쓰이고 있다.


▲SASB와 GRI표준 비교


결국 ESG의 핵심 키워드는 '거버넌스'다. '윤리경영'의 이정표를 따라 마부와 두 말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지상최대의 과제로 삼은 기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주주'가 바뀌어야 하며, 주주가 바뀌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바뀌어야 한다. 서로가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협동할 때 ESG 경영가치를 실현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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