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린란드 남동부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몸 속에서 DNA 변화를 유발하는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기온 상승이 북극곰의 유전자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녹으면서 사냥터와 이동경로를 잃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면 2050년까지 현재 개체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연구진이 그린란드 남동부와 같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얼음이 적은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열 스트레스, 노화, 대사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을 조사한 결과, 북쪽 지역 개체와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를 주도한 앨리스 고든 박사는 "DNA는 생물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모든 과정을 안내하는 설명서와 같다"며 "남동부 그린란드 북극곰의 활성 유전자를 기후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기온이 오를수록 점핑 유전자의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점핑 유전자란 자기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위치로 옮겨붙을 수 있는 DNA 조각으로 이동 과정에서 주변 유전자를 활성·비활성시키면서 다양한 유전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남동부 개체는 북부 개체에 비해 점핑 유전자가 15% 더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환경 변화에 맞춰 먹이 구성이 달라지고, 이것이 유전적 적응을 가속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북부에 서식하는 개체는 지방이 풍부한 물개를 주로 먹지만 남부 개체는 사냥감이 부족한 만큼 식물성 먹이를 함께 섭취하는데, 이때 부족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지방을 분해하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먹이변화에 맞춰 대사 기능을 조정하려는 적응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점핑 유전자가 단순한 DNA 조각이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물이 빠르게 생존 전략을 바꾸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일부 점핑 유전자는 단백질을 직접 만드는 핵심 유전자 영역 안에 위치해 있어, 장기적으로 개체의 진화 방향을 크게 바꿀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같은 '적응의 흔적'이 기후위기 해결의 근거로 오인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든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북극곰에게 약간의 적응 능력이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긴 하지만, 멸종 위험이 낮아졌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기후변화 속도가 유전자 변화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이것 만으로 적응하길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 생물 자원을 지키기 위해선 탄소 배출을 줄여 기온 상승 자체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유전학 학술지 Mobile DNA에 12월 12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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