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각국이 세운 플라스틱 저감 정책을 잘 지킨다고 하더라도 2030년에는 최대 53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닐라 향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에든버러대학교의 조안나 새들러(Joanna Sadler) 박사 연구팀은 가열을 통해 유전학적으로 조작된 대장균(E.coli)을 폴리에틸렌 테레 프탈레이트(PET)에 추가해 바닐라콩에서 발견되는 '바닐린'으로 변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바닐린은 바닐라콩의 주성분이며 바닐라의 특징적인 맛과 냄새를 내는 요소다. 바닐린은 2018년 기준 3만7000톤이 사용될만큼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향료다. 이후 2025년에는 5만9000톤의 바닐린이 사용될 것이며 그 규모는 8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바닐린은 바닐라 열매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타거나 분해될 때 바닐린이 나오기도 하며 공업적 합성법을 통해 합성 바닐린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합성 바닐린이 상당부분 천연 바닐린을 대신하고 있다.
연구팀은 "바닐린이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순환경제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페트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페트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을 사용해야만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분 중 하나인 테레프탈산을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과 결합시켜 테레프탈산을 바닐린으로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사용된 페트의 79%를 바닐린으로 전환했다.
조안나 새들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사용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산업 화학물질로 업사이클링하는 의미있는 첫번째 예시이며 순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페트병에서 생산된 바닐린은 식품향료, 화장품, 제초제, 세척제품 등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생산된 바닐린을 사람이 섭취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실험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플라스틱이 단순히 폐기물이 아닌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철학을 입증한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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