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투자 '독' 될 수 있다"...ESG투자에 얽힌 3가지 오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8-27 15: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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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前 CIO "ESG투자영향 부정적"
FT "빠른 시일 내에 탄소세 도입해야"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환경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가장 핫한 투자분야로 떠올랐다. 관련 펀드 운용자산은 올 1월 기준 우리나라에서만 2조3000억원, 2020년 전세계 기준 40조5000억달러(약 4경7415조원)에 달했다. 돈이 쏠리자 ESG투자가 단순히 도의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높은 수익률까지 보장한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러나 ESG투자는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ESG투자를 선도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 최고운용책임자(CIO) 타리크 팬시(Tariq Fancy)는 최근 기고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ESG투자를 부추기는 일이 "시장의 실패를 더 많은 시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면서 "미국총기협회(NRA)가 총기난사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총을 필요로 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ESG를 주창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지 않고 되레 왜곡된 정보로 이득을 취하고 있어 "지성적으로 파산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ESG투자가 ESG 가치를 실현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거나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믿고 싶은 이상은 잠시 뒤로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통해 ESG투자에 얽힌 3가지 오해를 짚어봤다.


◇ ESG투자는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 관리다?


ESG투자에 대한 첫번째 오해는 ESG투자가 새로운 리스크 관리라는 시각이다. 기존에 리스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반(反)ESG적 행태들을 선도적으로 탈피하는 기업들이 앞으로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고, 수익률도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ESG 리스크가 정말로 존재하고 고수익을 보장했다면 'ESG투자'라는 용어 자체가 생겨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매번 수많은 지면과 화면을 채우는 기후위기 관련 기사들을 펀드매니저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실적과 수익에 목을 매는 그들이 진작에 발벗고 나설 일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ESG 요소를 리스크로 인지할 필요조차 없었다. 대부분의 투자상품들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기적인 관점의 ESG 요소는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는다.


◇ ESG투자로 '나쁜기업'들을 보이콧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ESG 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들의 주식을 매각해 자본 지원을 줄여나감으로써 비(非)ESG 기업활동의 자본비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문제는 채권시장은 일반 생산물 시장과 달리 보이콧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ESG를 등한시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다른 이가 주식을 구매해야만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이콧 대상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또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경 관련 계획을 갖추고 있어 큰 예산 변동없이 친환경 전환 기금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 이 상황에서 녹색 채권을 추가 운용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하나의 차익거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ESG투자로 변화를 도모하기에는 자산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계 사모펀드 규모만 6조달러(약 7020조원)에 달하고, 부의 총액은 360조달러(약 42경원)로 집계됐다. 이윤추구를 지상 과제로 삼은 기업들이 문제없이 정상영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무언가 변화를 이루려면 ESG 운용자산 역시 그에 상응하는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ESG투자가 곧 ESG 가치실현이다?


타리크는 블랙록에서 함께 일하던 중역이 한 저탄소 펀드 품목에 대해 "상품 판매의 핵심은 상품 설명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 상품이 기후위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 얼버무려질지라도"라는 견해를 분명하게 드러낸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ESG투자가 항상 ESG 가치실현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 투자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는 미국 은행들의 ESG 행보를 비판했다. 은행은 탄소배출량이 많지 않아 은행의 탄소발자국이 경영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로 고객들이 빚을 갚지 못해 사회·경제적 손실을 낳게 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그들이 발간한 ESG 보고서는 녹색채권을 발행한 것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실질적인 이슈는 비껴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FT는 25일자 보도에서 재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김을 가진 사람들이 규제를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투자상품을 갈아타는 것이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짚었다. 결국 엄청난 규모의 탄소세를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지 않으면 인류가 큰 곤경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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