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과 발맞춰 실질적 변화 이끌어가는 ESG투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가 '위험한 위약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개선이 필요할 뿐 퇴출해서는 안 된다는 옹호론이 제기됐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 최고운용책임자(CIO) 타리크 팬시(Tariq Fancy)의 폭로로 ESG투자가 환경과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흐린다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 매체 쿼츠(Quartz)는 정치적 교착상태와 부족한 국제협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즉 ESG투자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게 아니라 점검과 개선을 위한 '해야 할 일 목록'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모호한 평가기준? 누구나 시작은 불완전해
ESG투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준화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시드니 국제 신공항은 평가기준의 모호함 뒤에 숨어 공항 설립 이전 이미 보존지구로 선정된 지역을 부지로 포함시켜 '탄소상쇄'(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다른 곳에서 줄이는 일종의 보상 제도)를 명목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꼬리표가 붙은 펀드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공시 요건이 생겨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SFDR·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는 모든 EU 자산운용사들이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위험요인과 투자결정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는 ESG 품목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기준을 제시할 대책위원회를 세웠다. SEC는 도이치뱅크가 ESG 자산을 과장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민간 영역에서 ESG 측정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유어스테이크(YourStake)는 금융상담원들이 투자가 의미하는 바를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ESG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예를 들어 유어스테이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특정 회사가 천식 유병률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임팩트 투자'
ESG 투자상품들은 과대포장으로 부당한 이윤만을 챙기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블루포레스트(Blue Forest)가 운용하는 '삼림복원채권'(FRB)은 예산부족으로 삼림복원이나 산불예방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지방정부에 묵돈을 지원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투자자들은 사업이 지연됐을 경우 추가적으로 발생했을 예상 피해액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지급받는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국제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의 '청색채권'(Blue Bond)은 각국 정부의 차환(이자가 더 낮은 대출로 바꿔 자금을 재조정하는 일)을 도와 남게 된 이자지출의 일부를 해양보호에 쓰도록 한다. 아프리카 인도양에 위치한 세이셸 공화국의 경우 2100만달러(약 246억원) 규모의 빚을 재조정해 연간 20만달러(약 2억3432만원)을 해양보호에 투자하고 있다.
국제자연보호협회는 청색채권을 20개국에서 추가운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뉴욕연금채권은 화석연료산업 투자한 채권 60억달러(약 7조308억원)어치를 처분하고 재생에너지,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친환경 건설 등에 투자하고 있다.
끝으로 쿼츠는 ESG투자에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ESG 상품 운용 자체가 초기 시작 단계인만큼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며, 환경과 사회를 위한 정책적 시도들이 정체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 손을 모아 자발적으로 자본을 더 지속가능하게 운용하려는 움직임을 도울 일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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