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에 대한 온실가스 감시 강화돼
세계 최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2022년도 ESG 흐름에 대해 환경영역이 더 강조되고, 평가지표와 표준도 더 명확하게 정립될 것으로 내다봤다. MSCI가 내다본 내년도 10대 ESG 트렌드를 살펴봤다.
◇ ESG 요소 중 '환경 중요성 더 커진다'
[1] 글로벌 공급망의 탈탄소화 요구 거세진다
MSCI는 아마존의 사례를 들어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임을 강조했다. 아마존은 '팔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회사다. MSCI는 아마존의 공급망에 편입된 기업은 아마존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낮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라는 압박까지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아마존을 비롯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RE100을 선언한 상황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전력을 100%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이는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RE100에 참여하면서 '넷제로'를 선언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은 탄소감축을 협력사들에게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MSCI는 과거 가격을 중요시했던 '공급망의 상호의존성'이 이제 '탈탄소화의 상호의존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 비상장사에 대한 온실가스 감시도 강화된다
MSCI는 비상장사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비상장 회사를 화석연료 자산의 피난처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ESG를 감시하는 연기금과 공모펀드들은 투자대상인 상장회사만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비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사모펀드는 이런 비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MSCI에 따르면 4000개 사모펀드가 소유한 1만8562개 비상장사와 MSCI ACWI 인베스터블 마켓지수(Investable Market Index)에 편입된 9225개의 상장사를 비교한 결과, 비상장사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장사를 소유한 사모펀드들은 투자한 기업의 탄소발자국에 대해 거의 공시하지 않고 있다. 상장된 대형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장사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고 있고 기후변화 위험의 모든 영역에 대한 공시 표준화도 진행되고 있다. MSCI는 사모펀드도 곧 이런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화석연료 채굴이나 발전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지만, MSCI는 이것만으로 탄소중립 경제를 달성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앞으로 투자 기피 전략과 함께 이들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행동주의 투자 전략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 투자자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넷제로'가 목표라면 석탄관련 투자금 회수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겼다. 그러나 투자금 회수가 그닥 효과가 없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투자금 회수는 탄소배출량을 직접적으로 줄이거나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큰 기후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기업마다 탄소발전 감축을 위해 취하는 행동이 극과극이다. 일례로 현재 85%의 석탄화력 발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AGL에너지는 지구 온도 상승 억제를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자는 회사가 이 약속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된다.
반면 중국의 화윤전력은 석탄발전량이 85%에 달하는데 이는 2050년까지 지구온도 5.7도 상승의 정도다. 투자금 회수가 기업별로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회사가 탄소중립을 위한 약속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주식을 보유하는데 머물지 말고, 기후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집단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구온도가 1.5도~2도로 상승하지 않도록 하려면 석탄발전은 중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석탄소비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호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인도는 글래스고 COP26에서 단계적 폐지가 아니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전기 생산을 위해 중국(60%), 인도(70%), 호주(54%)는 석탄에 많은 비중을 의존한다. 미국(19%)과 러시아(15%)도 석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4] 녹색채권 발행 늘어난다
MSCI는 내년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녹색채권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이후 녹색채권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전체 채권 발행량과 비교해보면 발행 총량은 아직 미미하다. 현재 녹색채권은 주로 기상이변 대응보다 온실가스 감축사업 추진을 위해 발행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기후예측모델이나 홍수 완화 등 기상이변 대응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이 5배~10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위한 촉매제나 투자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에는 진전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녹색 시장이 성장한다면 더 많은 투자자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들은 투자한 회사의 녹색 감시자가 된다. 녹색 보증과 자본흐름의 선순환 구조가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게 만들 것이다.
◇ ESG 표준과 등급 '명확하고 다양해진다'
[5] 그린워싱 줄어든다
ESG에 대한 공시와 평가 등에서 표준적인 용어가 정립되면서 투자자의 혼란이 줄어들고 그린워싱도 감소할 것으로 MSCI는 전망했다. ESG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늘면서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높아졌다. 따라서 ESG투자에 대한 판단이 까다로워질테고, 그린워싱은 설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현재 투자자들은 ESG 용어의 불분명함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10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에게 녹색 투자에 대해서 묻는다면 10명 모두 다른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자들은 펀드를 평가하기 위해 PRI 투명성 보고서, CFA연구소 공시기준, MSCI ESG 펀드등급 등을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정보가 기관투자자에 비해 적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의 ESG를 검증할 수 있도록 규제가 등장하고 있고, 표준이 수립되고 있다.
ESG 펀드도 다양하다. 기업마다 ESG 목표가 다양하고 그 목표로 가는 방법은 기업마다 다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비교할 정보가 많아지기 때문에 그린워싱 기업에 대한 투자를 피하는 것도 쉬워진다. 앞으로 펀드의 ESG 목표, 접근법, 양적 재무 및 비금융 특성 모두 투자자를 위한 기본 정보의 일부로서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6] ESG 공시 표준화
ESG 공시는 표준화와 다변화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는 반면 지역적으로 우선 순위가 달라 다변화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MSCI는 기후변화 대응 공시 분야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CFD)가 기준으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영국 금융당국, 홍콩 금융당국 등이 공시표준을 제정하면서 TCFD 공시 규정을 참조했다고 MSCI는 전했다. 판단 정보가 적은 개인투자자를 위해 ESG 주장에 대한 투명성과 검증을 제공하기 위해 일부 시장에서 규제와 라벨이 등장하고 있다. 펀드의 ESG 목표, 접근법, 양적 재무 및 비금융 특성 모두 투자자를 위한 기본 정보의 일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7] ESG의 명확한 정의
ESG 등급도 다수가 참여하면서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전에는 소수의 투자자만이 ESG 등급을 이해하고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투자자와 기업, 뉴스미디어 및 대중들은 기업이 ESG와 관련된 많은 질문에 답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강화될 것이다. 즉 규제와 시장 세력 모두 ESG 등급을 구성하기 위한 행동강령을 장려해 ESG 등급을 달성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을 명확히 구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SG 평가영역에서는 다양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기업, 언론 등은 ESG 평가가 다양한 ESG 관련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어떤 기관도 이런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MSCI는 전망했다. 따라서 ESG 평가는 특정 분야를 더욱 정밀하게 조망하는 방식으로 다양화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
[8] 먹거리가 다변화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식량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기후위기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식량 생산방식과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MSCI는 기후위기로 인해 식품과 농업이 급진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벌, 나비와 같은 곤충들은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과일, 견과류 등 농작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 없다. 또 물이 부족해지면서 밀과 바나나 등의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워진다. 토양 침식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 등 모든 재배 작물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전세계 경작지의 3분의 1이 지난 40년간 침식과 오염으로 인해 유실됐다.
이에 MSCI는 음식을 다른 방식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농업과 함께 토지 단위생산량을 극적으로 증가시키고 물 사용과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단백질 대체제로 대체육이나 배양육이 주목받고 있다. 식물로 만든 대체육은 일반 육고기와 달리 방목지를 위해 열대우림을 베어낼 필요가 없고, 대부분의 육류보다 탄소 함량이 낮다. MSCI는 대체육 기업의 매출은 아직 미미하지만 2035년에 이르면 단백질 시장의 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9] 제3의 바이러스 출현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높다. MSCI는 2050년까지 연간 1000만명이 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3배에 달한다. MSCI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하고 항생제 남용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방용 항생제 과다사용과 축산물 생산에 성장촉진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로 꼽았다. 특히 유럽의 선진 시장 규제기관들은 농업용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국이나 브라질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최근까지 비교적 규제가 없는 상태로 남아있다.
[10]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주목하라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와 지역을 소외시키면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MSCI는 강조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저발전 국가들이다. 이 국가들은 극한의 날씨와 해수면 상승으로 주거지를 잃고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피해를 당하고 있는 저발전 국가들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관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공공증권과 개인자산에 투자되고, 자본시장 인프라가 고도로 발달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간자본이 가는 곳과 대중이 필요로 하는 곳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세계 공개 시장의 88%, 기업의 60% 이상이 선진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85% 이상이 신흥시장과 개척시장에 살고 있다.
투자자가 신흥국가에서 발행된 녹색채권에 투자하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국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사회 기반 시설 채권 역시 필요한 곳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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