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플라스틱 재질까지 '척척' 구분...첨단화된 재활용 선별장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1 13: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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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자원순환센터...첨단 장비 선별률 99.5%
플라스틱, 캔, 비닐...광학과 자석, 로봇으로 선별
▲서울 도봉구 자원순환센터 내부모습. 컨베이어벨트가 쉴새없이 재활용 쓰레기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Copyright@newstree


난생처음 들어가본 재활용 선별장.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소음이 귀를 때렸다. 곳곳에 뻗어있는 컨베이어밸트들은 저마다 쉼없이 각종 재활용 폐기물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재활용 선별장은 대부분 사람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들을 골라내지만 이곳은 기계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기계들이 연신 쉭쉭 큰소리를 내면서 쓸만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우리나라 각 가정에서 쏟아내는 재활용 쓰레기는 2019년 기준 하루 1만4139톤이다. 전체 생활폐기물의 24.39%에 달한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 종류가 3583톤인데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중은 30~40%에 그친다. 집에서 분리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들은 모두 재활용되는 줄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뒤엉켜 선별장에 와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하는 탓에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도봉구는 얼마전 재활용 선별률을 높이기 위해 선별장인 자원순환센터에 최신설비를 도입했다. 지상 1208㎡, 지하 1944㎥ 규모에 광학자동선별기와 로봇선별기, 압축기, 가스캔절단기 등 선별단계별로 현대화된 장비를 갖춘 이곳은 하루 처리량이 55톤에 달한다. 이달 5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곳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분류하는 '비중발리스틱'


▲세찬 바람으로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분리하는 비중발리스틱 (사진=ACI ENTECH)


선별장에 들어온 재활용 폐기물들은 우선 사람의 손을 거친다. 기계가 골라낼 수 없을 정도로 부피가 큰 물건들, 배터리처럼 위험한 폐기물, 기계 작동을 방해하는 전선이나 옷걸이, 신발, 다리미 등 한눈에 봐도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들을 사람들이 골라낸다.

그러고나면, 재활용 폐기물들은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진다. 1차로 사람이 골라냈다고 하지만 이 폐기물들 속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이 여전히 가득하다. 실제로 컨베이어벨트 위에 방울토마토를 비롯해 먹다남은 떡볶이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커다란 이불이 실려가고 있었다. 이곳이 재활용 선별장인지 쓰레기 처리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들을 골라내는 역할을 하는 기계가 '비중발리스틱'이다. 비중발리스틱은 풍력과 발리스틱의 선별 원리를 융합한 것이다. 세찬 바람을 이용해 가벼운 종이와 비닐은 위로 날아가게 하고, 무게가 있는 재활용 쓰레기들은 아래로 떨어뜨린다. 이렇게 분류된 재활용품들은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다음 선별단계로 이어진다.

도봉구 자원순환센터에 도입된 자동화 설비 제작업체 김현수 ACI 대표는 "고대기나 다리미처럼 전선이 긴 제품들은 다른 재활용품들을 모두 휘감아 경로를 방해해서 정말 골치"라며 "비중발리스틱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수"라고 말했다. 간혹 뒤섞어들어오는 배터리는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단다. 공주 선별장에서는 농약이 터져 작업하던 5명이 입원한 사례도 있었다.


◇ 일반쓰레기 골라내는 'AI 로봇'


 

▲비닐과 섬유 등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골라내는 AI 로봇 (Copyright@newstree)


비중발리스틱을 거친 재활용 폐기물들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져 또다른 선별과정을 거친다. 바로 철 소재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자석선별기 단계다. 컨베이어벨트가 자석구간을 지나가면 캔과 고철 등은 자동으로 천장으로 붙는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남은 재활용 폐기물들은 로봇에 의해 다시 선별된다. 

인공지능(AI)로 학습된 로봇은 종이류와 비닐류, 알루미늄류, 폐섬유 등을 선별할 수 있다. 도봉구 자원순환센터의 로봇은 비닐류와 검정색 플라스틱을 골라내도록 현재 프로그램돼 있다. 실제로 로봇이 일하는 광경을 지켜보니, 3초 단위로 쓰레기들을 하나씩 집어내고 있었다. 쏟아지는 쓰레기의 양에 비해 로봇팔의 움직이는 속도가 조금 느려보였다.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로봇이 규격화된 환경에서 교육받아서 실제 선별장에 투입되면 자신에게 학습되지 않았던 쓰레기들을 보게 되면서 작업속도가 다소 느려진다"면서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이기 때문에 몇개월의 학습과정을 거치면 지금보다 훨씬 빨리 작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페트병만 골라내는 '광학자동선별기'


▲빛을 이용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광학자동선별기' (Copyright@newstree)


자석구간과 AI로봇 구간을 거친 재활용 폐기물들은 마지막으로 '광학자동선별기' 구간에 도착한다. 광학자동선별기는 광선으로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기계로, 플라스틱 재질과 색상을 근적외선과 가시광선으로 분석해 유색 및 투명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스티렌(PS), 폴리프로필렌(PP) 등을 골라낸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골라냈는데, 사람이 재질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이 기계의 선별률은 99.5%"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계를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번쩍번쩍 연신 빛을 내뿜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지나가던 재활용 폐기물들은 빛이 번쩍거림과 동시에 페트병은 위로 날아가고 나머지 플라스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광학자동선별기는 근적외선과 가시광선을 이용해 페트병을 선별한다. 선별된 페트병에 45도 각도에서 강한 바람을 쏘아 위쪽 컨베이어벨트로 이동시킨다. 현재 수요가 가장 많은 투명페트병 위주로 선별한다. 김 대표는 "검정색 등 짙은 색상의 플라스틱은 수요처도 없어서 재활용이 안되기 때문에 폐기처분한다"고 말했다.

광학선별기는 6분마다 품목을 변경할 수 있다. 자원순환센터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플라스틱 순서로 품목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도봉구 자원순환센터에서는 페트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자원순환센터의 목적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재활용 수요가 많은 투명페트병 등을 골라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도봉구는 첨단장비를 통해 페트병 등 플라스틱 선별작업을 60%까지 높였지만 앞으로 이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다.

문제는 선별효율을 향상시키려면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페트병은 반드시 라벨을 제거하고 공기를 뺀 다음에 압착해서 배출해야 한다. 커피믹스봉지같은 자잘한 비닐류나 아이스크림 숟가락같은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류도 재활용으로 배출하면 안된다. 특히 노끈이나 줄 등 선은 반드시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배출해야 한다.

김 대표는 "페트병의 공기를 빼지않고 배출할 경우 트럭이 실을 수 있는 페트병의 수가 줄어든다"며 반드시 압착배출해줄 것은 거듭 당부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으로 배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음식물쓰레기 악취 때문에 작업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면서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플라스틱은 한번쯤 헹궈서 배출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활용 선별장은 음식물 악취로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 [현장왓썹] 재활용 선별장도 첨단화 시대...플라스틱 재질까지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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