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오락가락 지침에 '골병드는' 생분해플라스틱 업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1 12: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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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 생분해성 플라스틱[2]
친환경 장려하더니...처리시설없이 20년간 방치


"친환경 재질이라고 밀어줄 때는 언제고 대책없는 행정이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업체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환경부가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을 개정하면서 올 1월 3일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표지인증'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환경표지인증은 동일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오염을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경우에 부여하는 '친환경 마크'다.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기업은 폐기물 부담금 면제, 정부포상, 공공기관의 의무구매, 제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 인증제품 홍보 및 유통 판매처 개척지원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환경부는 2003년부터 EL724기준(58℃ 고온의 흙에서 180일 이내에 90% 이상 가루형태로 분해)을 통과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들에 대해 환경표지인증을 부여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매립해 퇴비로 만들 경우 유해한 물질없이 100% 생분해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매립지 부족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져 왔다.

2020년 정부는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를 통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활성화 방안을 국책사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친환경·건강에 대한 관심 제고로 화이트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고, 주요 기업 및 선진국은 시장선점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거처리를 위한 시설기반 등의 부재로 보급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창출 지원으로 민간투자를 견인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달아놨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으로 인정되면서 관련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206곳에 달한다. 이 기업들이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 제품은 450종. 국내 시장규모도 30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비닐 쇼핑백부터 일회용 숟가락, 식품포장용기, 수목장 분골함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인증을 부여받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들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돌연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 개정안 행정예고를 통해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들을 친환경 인증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1월부터 PLA(Poly Lactic Acid) 소재의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인증만료 기간인 올 11월 24일까지 모두 소진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로 PLA 비닐봉투를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던 편의점 등은 난감해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업체들도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친환경 인증을 못받으니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체 한 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장점이 없으니, 기업 입장에선 각종 혜택이 사라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계속 취급해야 하는가 싶다"면서 "이건 사실상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환경부의 조치로 매출이 갑자기 30~40% 줄어든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환경표지인증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퇴비화 시설이 없고, 별도의 분리수거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에서 애로사항으로 꼽은 내용이기도 하다.

EL724 기준이 설명하듯, 대부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조건에서 분해되기 어렵다. 따라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이 분해되기 쉬운 조건을 조성해주는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퇴비화 시설까지 폐기물을 선별적으로 수거해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분리배출 규정도 없고, 환경부는 해당 폐기물의 배출량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결국 일반쓰레기로 함께 버려지면서 소각처리되거나 일반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퇴비화 시설에 대해 논의된 바 없고, 앞으로도 생분해를 위한 퇴비화 시설을 지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난 20년간 이 문제를 알고도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트(PET) 재질의 경우 거주지마다 별도의 수거공간을 만들어 재활용이 원활하도록 지원하는 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방치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매립될 경우 메탄이 새어나오는데, 최근 원료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린수소업계의 경우 이 메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며 "비용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이지만 그냥 소각?...어쩌다 외면받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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