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성 플라스틱'...친환경일까? 아닐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1 10: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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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 생분해성 플라스틱[1]
수거·퇴비화 필요한 '조건부' 친환경 플라스틱


"스스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100% 생분해성 원료"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성 비닐봉투에 새겨진 문구다. 하지만 환경부가 올 1월부터 돌연 PLA(Poly Lactic Acid)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 친환경 인증을 중지했고, 오는 11월부터 편의점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PLA는 옥수수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다.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으로 멀쩡히 친환경 인증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던 관련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굳게 믿으며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정말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일까.

◇ 친환경?···'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은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일단 분해하는데 500년 이상 걸리고, 계속해서 유해물질을 내뿜는 기존 플라스틱 재질과 비교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무해한 물질로 분해되며, 소각되더라도 온실가스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석유를 추출하고 정제해 생산하기까지 플라스틱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게다가 플라스틱을 소각 혹은 매립하거나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대기오염이 유발된다.

2020년 기준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6700만톤으로 2040년에 이르면 13억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매립되거나 해양으로 유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통상 '직경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부터 마리아나 해구 심해 끝자락까지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그중 하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가르는 기준은 '원료'와 '기능'이다. 원료는 크게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식물·동물·미생물 등 생물유기체)로 나뉜다. 기능은 생분해와 재활용 가능 여부로 나뉜다.


▲원료와 기능에 따른 플라스틱 분류도


이 가운데 화석연료로 만든 재질이지만 생분해가 가능한 것도 있고, 바이오매스로 만들었지만 생분해가 되지 않는 재질도 있다. 그만큼 생분해성 재질은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 일례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인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유를 기반으로 한다. 자연조건에서 산소, 빛, 효소 등 반응에 의해 6개월 이내 빠른 속도로 분해되지만 재활용을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바이오매스 기반이면서 생분해성 기능까지 갖춘 PLA 재질 역시 원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농지개간, 화학적 제초제 사용 등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당장 시급한 온실가스 감축, 또 광범위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인 것은 사실이다.

◇ 전세계 시장 확대추세···그러나 국내는?


▲2020년 글로벌 바이오매스 기반 및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규모


그래서 국내에서도 2003년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환경표지인증'을 부여했다. 환경표지인증은 동일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오염을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경우에 부여하는 '친환경 마크'다. 환경부는 'EL724' 기준을 통과한 플라스틱 제품에 '환경표지인증'을 부여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인정하고 있다. 'EL724' 기준을 통과하려면 국제표준화기구(ISO) 14855-1 기준에 따라 58℃ 고온의 흙에서 180일 이내에 90% 이상 가루형태로 분해되어야 한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 제품은 450종, 인증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206곳에 이른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비닐 쇼핑백부터 일회용 숟가락, 식품포장용기에서 수목장 분골함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인증을 부여받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들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처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EUBP)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25년까지 36%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26년에 이르면 전세계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규모는 233억달러(약 2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시장전망은 밝지만 국내에서는 애물단지로 취급받고 있다. 대부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 분해되기 어렵다. 일정수준의 온도를 일정기간 유지해야 분해되는 재질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퇴비화 시설'이 있어야 한다. PBAT처럼 분해가 쉬운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는 물성이 약해 사용처가 제한적이다. 이를 제외하고 생산비중이 가장 높은 PLA를 비롯해 대부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는 '퇴비화 시설'을 통해 분해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EL724 인증을 위한 실험실을 제외하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자연상태에서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기껏 비싸게 주고 구입한 생분해성 제품들을 일반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분리배출해서는 안 된다.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분리배출되면 다른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을 방해하게 된다. 결국 자원순환 차원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는데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게 대부분 매립·소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5일 일회용품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 조치로 올 1월 3일부터 PLA 소재를 사용한 일회용 봉투에 대한 환경표지인증 부여가 중단됐다. PLA 생분해성 봉투를 수거·처리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플라스틱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을 조성해왔는데 친환경 혜택이 사라지면 관련 기업은 모두 고사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기술을 다 포기하면 앞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은 유럽에 내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일회용품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 유럽집행위원회(EC)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지침'(SUPD)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편입여부를 2027년 재검토할 예정이다.

[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2)] 환경부 오락가락 지침에 '골병드는' 생분해플라스틱 업계
[지구를 지키는 순환경제(3)] 물만 부으면 사라진다고?...진화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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