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뢰 훼손에 부당지원 '리스크'도 남아
삼성생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생명은 암보험료 미지급 사건이 적발되면서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와 함께 과징금과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는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등과 더불어 지난해 7월 분리해 처리했던 삼성생명 제재 내용까지 포함한 조치다.
이에 대해 15일 ESG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사회(S)와 지배구조(G) 부문에서 '심각성 중'으로 평가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중징계로 암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약관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기업의 상품과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서스틴베스트가 부여한 삼성생명의 ESG등급은 현재 'B'지만, 향후 평가에서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에 이같은 컨트로버시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과 자회사는 앞으로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 것도 사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 암보험료 지급놓고 소비자와 4년간 분쟁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여부를 놓고 분쟁이 시작된 시기는 2018년이다. 당시 삼성생명뿐 아니라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각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다. 다른 생보사들은 금감원 권고에 따랐지만 삼성생명은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금감원은 2019년 9월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진행했다. 이 검사에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2015년 1월~2019년 6월까지 약 600억원 규모의 암환자 요양병원 입원 보험료 519여건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하고 2020년 12월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약관에서 정한 암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등 삼성생명이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보험업법 제127조의3) 및 대주주와의 거래제한(보험업법 제111조)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임직원에 대한 3개월 감봉·견책 조치도 포함됐다.
금감원의 이같은 결정 이후 1년 2개월만인 올 1월 25일 금융위원회는 금감원이 지적한 519건 가운데 496건을 보험업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1억5500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기관경고'도 확정했다. 대주주의 거래제한 위반에 대해 금감원은 기관경고 제재를 결정했지만 금융위는 조치명령만 내렸다. 대주주 부당거래건은 현행 보험업법으로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2월 12일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대해 △보험금 미지급 △보험계약 부당 해지 △보험료 납입 면제 업무 부당 △보험금 지급 지체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기관경고'와 함께 과징금 2억2800만원, 과태료 1억4900만원, 임직원 9명 감봉 등의 조치를 내렸다.
◇ 기업신뢰 훼손···사회·지배구조 악영향
암환자 요양병원 입원비 보험지급 분쟁은 4년간 질질 끌어온 해묵은 난제였다. 생보사들은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료 지급을 거부했던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보험료 지급을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부 민원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해서도 소비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금감원은 2017년 최저보증이율에 못미치는 연금액과 만기보험료 지급재원 등의 미지급금을 모든 가입자에게 돌려줄 것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다툼까지 이어졌다. 이 규모는 약 4300억원으로, 삼성생명은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처럼 보험금 지급을 놓고 분쟁이 이어지는 것은 삼성생명이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줄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제재로 보험약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사업자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및 갈등 조정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이로 인해 기업 상품과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더구나 이번 제재로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경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2020년 중징계로 2년간 신사업 진출이 막혀있던 삼성카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해 삼성생명 자회사들은 제재기간이 3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주주 부당거래행위도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 지난 2015년 삼성생명은 기업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을 위해 삼성SDS와 약 1561억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삼성SDS가 계약기한을 반년이나 넘겼지만 이에 대해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는 것을 금감원은 부당지원으로 판단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보험업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지만 공정거래위원회법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 잔존'으로 평가된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정상적으로 받아야 할 배상금 150억원을 받지 못했으므로 주주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서스틴베스트의 ESG컨트로버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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