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침팬지, 고래까지...AI로 야생동물 보호한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3 14: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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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위치와 개체수 파악에 AI 활용


인공지능(AI)이 다양한 방식으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려면 카메라 등을 곳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수집된 이미지 정보를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명이 수일에 걸쳐 분석해야 하므로 그만큼 시간과 노동력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생물다양성과 환경보호 활동에 AI가 투입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단축되고 있다. AI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개체수를 파악하거나 밀렵꾼으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도 활용된다. 또 수천에서 수만장의 사진들을 분석해 희귀종을 찾아낼 수 있고, 몇시간 분량의 현장녹음에서 동물 울음소리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백명이 투입돼야 가능한 일을 AI 시스템은 단 몇시간 혹은 몇일만에 가능하다. 과학자와 연구원 그리고 경비원 역할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AI는 환경보호 분야에서 떠오르는 3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AI가 어떻게 생물다양성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지 알아봤다.


◇ 밀렵꾼 저지

▲ 잠비아국립공원에서는 AI를 이용해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으로 밀렵행위를 감시하고 있다.(사진=GRI 트위터)


잠비아의 카푸에국립공원은 6600마리가 넘는 아프리카 사바나코끼리가 서식하는 곳이다. 면적이 22만400km²에 달해 실질적으로 밀렵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밀렵꾼들은 어둠을 틈타 어부로 가장해 공원에 출입한다. 공원에 있는 이테지-테지호에서 불법어업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게임레인저 인터내셔널(GRI) 및 잠비아국립공원 야생생물부는 적외선레이더(FLIR) AI로 밀렵 감시를 강화했다. 적외선레이더(FLIR)는 이테지-테지호를 가로지르는 19km에 걸쳐 공원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24시간 자동녹화한다. 사람이 계속 감시할 필요성을 줄인 것이다. 다만 파도나 새로 인해 오경보가 일어날 수 있어 AI는 이러한 오작동을 줄이도록 훈련되고 있다.

이안 호드 GRI 특별기술고문은 "사람이 24시간 내내 카메라를 쳐다보며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AI는 불법선박을 감시하고 경비팀에 즉시 경고할 수 있어 소수의 경비인력이 호수 전체에 걸쳐 24시간 불법침입 여부를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표수 손실 추적

▲브라질의 판타날습지는 1985년부터 지표수의 74%를 잃었다.(사진=WWF)


브라질이 지난 30년간 지표수의 15% 이상을 잃었다는 사실은 AI를 통해 밝혀졌다. 15만개 이상의 브라질영토 이미지를 처리했던 맵바이오마스워터(MapBiomas water)가 지난해 8월 그 처리결과를 공개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맵바이오마스워터에서 사용된 이미지는 나사(NASA) 랜샛 5, 7, 8호 위성이 1985년~2020년까지 850만km² 면적의 브라질영토를 촬영한 것이다. 이미지 분석결과, 브라질의 강과 호수, 습지에 있는 물은 줄어든 상태였다. 

아마존의 주요 지류이자 세계 10대 강 중 하나인 네그로강은 지표수의 22%가 유실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습지인 판타날습지는 브라질 면적 기준 지표수의 74%를 잃었다. 지표수 손실은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다. AI가 없었다면 이런 분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카시오 베르나르디노 WWF브라질 수자원프로젝트책임자는 "AI와 ML기술이 없었다면 사람들을 설득할 데이터는 고사하고 상황의 심각성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지표수 손실이 일으키는 문제에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고래 찾기

▲혹등고래 노래의 스펙트럼 사진. 미국 해양대기협회는 AI로 혹등고래의 노래 소리를 식별해 고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NOAA)


AI가 고래위치를 파악하는데도 활용된다.

지난 2018년 미국해양대기협회(NOAA)는 AI를 이용해 방대한 음량기록 가운데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식별해 고래위치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NOAA는 구글AI의 생물음향학팀과 협력해 혹등고래의 노래를 인식할 수 있는 ML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AI를 통해 전체 데이터에서 고래 소리를 식별하고 하와이섬과 마리아나섬에 존재하는 고래를 확인한 것이다. 게다가 혹등고래의 존재가 기록되지 않았던 킹맨 암초지대에서도 고래 소리가 감지됐다.

고래의 위치 파악은 고래 보호조치의 첫 단계다. 혹등고래의 위치는 시각적으로는 찾기 어렵지만, 수중에서 수백 마일까지 전해지는 독특한 노랫소리로 찾을 수 있다.

앤 알렌 NOAA 해양학자는 음향녹음기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해양포유류 개체수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4년동안 약 19만시간 기록된 음향녹음에서 개인이 고래 소리를 수동으로 식별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AI가 없었다면 이러한 종합분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코알라 보호

▲퀸즐랜드공대에서 개발한 보존AI허브는 드론으로 촬영된 적외선 영상을 빠르게 분석해 코알라를 식별한다. (사진=보존AI허브 홈페이지)


그랜트 해밀턴 퀸즐랜드공대(QUT) 생태학 부교수는 코알라를 비롯한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수를 파악하기 위해 보존AI허브(Conservation AI Hub)를 개발했다.

이 AI 알고리즘은 드론으로 촬영된 적외선 영상을 빠르게 분석해 열 신호가 코알라인지 다른 동물인지를 판별한다. 해밀턴 교수는 2019년과 2020년 호주 산불 이후 이 시스템을 사용해 캥거루섬에서 생존한 코알라 개체수를 확인했다.

호주의 코알라 개체수는 서식지 파괴, 개의 공격, 교통사고, 산불 등으로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코알라를 보호하려면 이들의 개체수와 행방 파악이 중요하다.

해밀턴 교수는 "강력한 AI 알고리즘으로 무수한 비디오 영상을 분석하고 다른 동물들과 코알라를 식별할 수 있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호주 전역을 조사하고 QUT로 데이터를 보내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프로젝트에서 AI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연보존에 있어 AI가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 종 개체수 파악

▲가봉 로페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침팬지 어미와 새끼. AI 알고리즘은 시간당 최대 3000개의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다.(사진=앱실론)


폴란드 데이터기업 앱실론은 지난 2020년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교, 가봉국립공원청(ANPN)과 협력해 가봉 로페·와카국립공원의 대규모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알고리즘인 음바자(Mbaza) 이미지분류 AI를 개발했다.

음바자 AI 알고리즘은 2020년 7000km²의 숲에 설치된 200개의 카메라로 수집한 5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사용됐다. 음바자 AI는 1시간에 최대 3000개의 이미지를 분류하며 그 정확도는 최대 96%다. 덕분에 동물 모니터링과 추적이 쉬워졌다. 이상 징후도 신속히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 알고리즘은 오프라인 상태인 노트북PC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지역에서 사용해도 문제없다.

중앙아프리카 숲에 서식하는 많은 멸종위기종들은 개발과 기후위기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는 아프리카코끼리, 고릴라, 침팬지, 천산갑 등 멸종위기종을 포착하려면 촬영된 이미지들을 수동으로 식별해야 했다. 그리고 수백만장의 사진을 분류하는 데는 몇 개월에서 몇 년씩 걸렸다. 밀렵꾼에게 매달 약 150마리의 코끼리가 사라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AI가 데이터 분석속도를 높여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로빈 와이톡 스털링대학 박사는 "음바자 AI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위협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음바자 알고리즘은 현재 가봉 외에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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