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요소수 사태될라"...우크라 전쟁에 韓 반도체산업 '비상'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8 18:21:40
  • -
  • +
  • 인쇄
크세논 등 반도체용 희귀가스, 양국 의존도 높아
사태 장기화되면 원가 급등·수급 차질 등 우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2의 요소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소수의 경우 물류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나 화학 산업의 원자재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리나라 수출의 1.6%, 수입의 2.8% 정도를 차지한다. 교역 규모로 10위다. 우크라이나는 68위다. 두 국가에 대한 무역 규모로 볼 때 영향이 적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치명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금융권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체 교역 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액수만으로 파급력을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일부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 문제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자원 강국이다. 원유나 천연가스, 그리고 희귀 가스 매장량이 높은 곳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네온과 크립톤, 크세논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해당 가스에 대한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네온 23%, 크립톤 31%, 크세논 18%다. 러시아 의존도 역시 네온 5%, 크립톤 17%, 크세논 31%로 높다.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합치면 네온은 28%, 크립톤과 크세논은 50%에 육박한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나라 무역지표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0%에 근접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 등의 악영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한국의 최대 나프타 수입국이다. 작년 수입량 2900만t 중 약 23%에 달하는 667만t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커지면서 나프타 가격은 두달만에 36% 올랐고, 이제는 수입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는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은 물론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과 알루미늄 등 광물자원 부국이다. 그나마 국내 관련 업체들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는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 원료 가격 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기후 위기에 따른 1차 원료들의 수급 불안정이 커지고, 각 국가들이 자원을 전략무기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천연자원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였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 공급망은 더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 관련 업체들은 아직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재고 비축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외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부와 통상교섭본부 등을 중심으로 중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원자재 국산화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포스코와 함께 반도체용 네온 가스 생산을 앞두고 있는 티이엠씨에 방문한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각종 리스크에도 안정적이고 회복력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핵심 소재의 국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을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