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되면 원가 급등·수급 차질 등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2의 요소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소수의 경우 물류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나 화학 산업의 원자재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리나라 수출의 1.6%, 수입의 2.8% 정도를 차지한다. 교역 규모로 10위다. 우크라이나는 68위다. 두 국가에 대한 무역 규모로 볼 때 영향이 적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치명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금융권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체 교역 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액수만으로 파급력을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일부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 문제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자원 강국이다. 원유나 천연가스, 그리고 희귀 가스 매장량이 높은 곳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네온과 크립톤, 크세논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해당 가스에 대한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네온 23%, 크립톤 31%, 크세논 18%다. 러시아 의존도 역시 네온 5%, 크립톤 17%, 크세논 31%로 높다.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합치면 네온은 28%, 크립톤과 크세논은 50%에 육박한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나라 무역지표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0%에 근접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 등의 악영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한국의 최대 나프타 수입국이다. 작년 수입량 2900만t 중 약 23%에 달하는 667만t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커지면서 나프타 가격은 두달만에 36% 올랐고, 이제는 수입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는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은 물론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과 알루미늄 등 광물자원 부국이다. 그나마 국내 관련 업체들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는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 원료 가격 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기후 위기에 따른 1차 원료들의 수급 불안정이 커지고, 각 국가들이 자원을 전략무기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천연자원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였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 공급망은 더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 관련 업체들은 아직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재고 비축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외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부와 통상교섭본부 등을 중심으로 중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원자재 국산화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포스코와 함께 반도체용 네온 가스 생산을 앞두고 있는 티이엠씨에 방문한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각종 리스크에도 안정적이고 회복력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핵심 소재의 국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을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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