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말로만 '탄소중립'...세계 60대 은행, 화석연료에 5500조원 퍼줬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31 12:45:23
  • -
  • +
  • 인쇄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연례 보고서 발간
세계 60대 은행 2021년에만 900조원 지원


지난 2021년 한해 전세계 상위 60개 은행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한 금액이 7420억달러(약 89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탄소중립' 문제를 놓고도 아랑곳없이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RAN)는 이같은 사실을 담은 연례 보고서를 발간했다. RAN은 뱅크트랙, 오일체인지, 리클레임 파이낸스, 시에라클럽, 원주민환경네트워크 등 국제환경운동단체들의 연합체로 은행들의 화석연료산업 지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0대 은행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래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4조6000억달러(약 556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분이 가장 큰 은행은 미국의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4곳이다. 지난 6년간 이들이 지원한 액수는 전체 화석연료산업 금융지원금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게다가 이 4개 은행을 비롯해 조사대상으로 지목된 상당수의 은행들은 '탄소중립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NZBA)에 가입돼 있는 상태다. NZBA는 금융부문이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완화하고, 청정에너지 및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유엔(UN) 주도로 설립된 단체다. 보고서는 NZBA 가입을 통해 해당 기업들이 당사의 투자행위가 어떤 영향를 미칠지 인지하고 공표까지 했음에도 곧장 사우디 아람코와 엑슨모빌 등 주요 석유회사들이 진행하는 화석연료 증산 프로젝트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조사대상으로 지목된 60개 은행 가운데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한 은행은 44개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44개 은행 중 27개 은행의 계획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워 제대로 된 계획을 갖춘 은행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진행중인 특정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회사 자체에 대한 투자나 보험상품 등 어떠한 형태로든 금융지원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앨리슨 커시(Alison Kirsch) RAN 정책연구 책임자는 "더이상의 화석연료 증산은 인류를 수세대에 걸친 기후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들이 화석연료 산업 최상위 사업자들에게 수십, 수백억달러를 아낌없이 퍼부으면서 시추, 채굴, 수압파괴 등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월가의 은행들은 2개월 이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해명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기후/환경

+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경기도 공공소각장 4곳 내년 착공...2030년까지 21곳 확충

경기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내년에 공공소각시설 4곳을 착공한다.22일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

올해 한반도 열대야 12.1일...2050년에 2배 증가한다

205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 열대야 일수는 지금보다 2배 늘어나고, 2100년에 이르면 7배까지 급증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1년에 85일을 폭염에 시달린다는

기후변화가 바꾸는 식탁...CO2 늘수록 열량은 늘고 영양은 줄어

기후변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일부 작물의 열량은 증가하는 반면, 필수 영양소 함량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20일(현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