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0대 은행 2021년에만 900조원 지원
지난 2021년 한해 전세계 상위 60개 은행이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한 금액이 7420억달러(약 89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탄소중립' 문제를 놓고도 아랑곳없이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RAN)는 이같은 사실을 담은 연례 보고서를 발간했다. RAN은 뱅크트랙, 오일체인지, 리클레임 파이낸스, 시에라클럽, 원주민환경네트워크 등 국제환경운동단체들의 연합체로 은행들의 화석연료산업 지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0대 은행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래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4조6000억달러(약 556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분이 가장 큰 은행은 미국의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4곳이다. 지난 6년간 이들이 지원한 액수는 전체 화석연료산업 금융지원금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게다가 이 4개 은행을 비롯해 조사대상으로 지목된 상당수의 은행들은 '탄소중립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NZBA)에 가입돼 있는 상태다. NZBA는 금융부문이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완화하고, 청정에너지 및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유엔(UN) 주도로 설립된 단체다. 보고서는 NZBA 가입을 통해 해당 기업들이 당사의 투자행위가 어떤 영향를 미칠지 인지하고 공표까지 했음에도 곧장 사우디 아람코와 엑슨모빌 등 주요 석유회사들이 진행하는 화석연료 증산 프로젝트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조사대상으로 지목된 60개 은행 가운데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한 은행은 44개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44개 은행 중 27개 은행의 계획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워 제대로 된 계획을 갖춘 은행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진행중인 특정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회사 자체에 대한 투자나 보험상품 등 어떠한 형태로든 금융지원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앨리슨 커시(Alison Kirsch) RAN 정책연구 책임자는 "더이상의 화석연료 증산은 인류를 수세대에 걸친 기후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들이 화석연료 산업 최상위 사업자들에게 수십, 수백억달러를 아낌없이 퍼부으면서 시추, 채굴, 수압파괴 등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월가의 은행들은 2개월 이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해명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