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량 26%가 러시아産...유가폭등·인플레 우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과 관련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원회(EC)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6번째 포괄적 제재안을 마련중이며, 그중 한 사안은 일정 형태의 석유 금수"라고 밝혔다고 25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최대화하면서 우리에게 미칠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 합의를 하지 못했지만, 수입량을 점진적으로 줄이거나 특정가격 이상일 경우 관세를 물리는 방안이 제재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대금 결제처라는 이유로 제재를 비껴갔던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안이 시행되면 지난 8일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6번째다. EU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저지른 잔혹행위를 규탄하며 지금껏 러시아에 5번의 제재를 가했다. 현재까지 제트 연료, 양자 컴퓨팅, 고급 반도체, 최첨단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민감 기계 및 운송장비 등 수출금지 품목이 확대되고 있으며, EU 회원국 내 러시아 기업의 공공조달 참여 금지, 러시아 공공기관에 대한 모든 재정지원이 차단됐다.
이밖에도 러시아의 주요 4개 은행과의 거래를 완전히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인 두 딸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러시아 선박이 EU 항구에 입항하는 것도 금지됐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8월부터 러시아산 석탄 수입이 전면 중지될 경우 러시아의 연간 수입 손실은 80억유로(약 10조767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EU도 부가적인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EU는 2020년 석유 수입량의 26%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또 운송과 석유화학제품 생산 등 에너지 소비량의 약 3분의 1가량을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력 싱크탱크인 브뤼겔(Bruegel) 연구소에 따르면 EU의 1일 러시아산 원유·정제유 수입액은 4억5000만달러(약 5622억원), 천연가스 4억달러(약 4998억원), 석탄 2500만달러(약 3124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처가 시행될 경우 국제유가를 밀어올림으로써 각국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동시에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늘려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은 러시아 석유 및 천연가스 금수조처에 '찬성' 입장이지만, 독일과 헝가리의 경우 즉각적인 조처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돔브로우스키스 수석부위원장은는 이러한 제재안이 확정되기 위해선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며 내달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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